동맹에 버금간다... 최고치로 끌어올린 한미일 안보협력

입력
2023.08.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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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원칙, 북핵 3자 공동대응 명시
인태지역 해양수송로 안보태세 강화
한미일 4레벨 안보협의체계 구축…협력 제도화
3국 통합운용성 강화…구체 현안은 추후 협의

한미일 정상이 18일(현지시간) 채택할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공동성명(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통해 3국은 동맹에 준하는 안보협력 체제를 갖출 전망이다.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위협에 공동대응하는 것이다. 기존 3국 협력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미일 동맹의 두 축으로 나뉘어 작동한 것과 달리, 이제 한일 간 접점을 넓혀 3국이 사실상 하나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조약 체결은 않지만…통합운용성·정보공유 체계 강화

한미일 정상은 이번 회의를 통해 3국 협력을 '자유롭고 개방되고 포용적이고 강건하며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축'으로 선언하고 제도화한다. 지난해 11월 3국 정상의 프놈펜 성명이 역내 안보균형을 위한 3국 공조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이었다면,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한미일 관계를 격상하고 구체적인 이행에 나서는 새로운 모멘텀의 의미가 있다.

특히 3국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나아가 전 세계가 당면한 안보위협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일 관계를 사실상 동맹 성격으로 높일 계획이다. 지역에 상관없이 어느 한쪽이 공격을 받거나 군사적 위협에 처하면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3각 공동훈련 정례화 △정상·안보실장·외교장관·국방장관 등 4레벨 안보협의 정례화 △군사정보 공유체계 구축 △군사적 통합·상호 운용성 강화 △기밀정보 대응 등을 합의 문건에 적시할 예정이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17일 "아시아판 '파이브아이즈(서구의 정보동맹)'에 준하는 정보 공유·보호체계 및 역정보 대응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일 협력 수준을 높여 제도화하면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두승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일단 협의체계를 만들어 놓으면 뒤집기 어렵다"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명맥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한미일이 확장억제를 포함한 국방정책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통합국방협의체'(DTT)를 발족했는데, 이후 한일 간 갈등으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지긴 했어도 DTT 자체를 없애진 않았다.

다만 한미일은 법적으로 '동맹'과는 차이가 있다. 군사동맹은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상호 군의 주둔 또는 주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현재 한미와 미일이 그렇다. 전직 군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실질적 위협이 된 만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면서 "그렇더라도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국과 일본 모두 받아들일 수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통해 구축될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설명하면서 "3각 안보협력 체제"라며 "동맹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군, 인도·태평양 권역 역할도 강화…구체적 작전 설계 등은 '속도 조절'

하지만 동맹은 아니더라도 한미일 군 전력의 상호운용성을 끌어올린다면 최대 위협인 북한 핵·미사일 추적부터 요격에 이르는 과정에 단일대오로 대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이 사용하는 레이다, 위성, 무기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계해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고 파괴하는 훈련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핵심 전력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작전 체계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이 편입될 수도 있다. 반대로 한국이 대만 문제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지역 이슈에 적극 관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격렬하게 반발해온 중국이 또다시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직 군 고위관계자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북한만을 상대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중국도 함께 감안하겠지만 우선순위와 접근방법에 있어서 3국 간 속도조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해군 관계자는 "중국의 도련선 문제로 인해 우리 서해와 이어도 문제까지 안보 현안이 된 상황"이라면서 "인도·태평양 권역의 해양수송로 안전뿐만 아니라 우리 해양안보 차원에서도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