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역대급 실적 행진 속 만 30대 젊은 행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자발적으로 짐을 싸고 있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지자 이를 활용해 ‘인생 2막’을 준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노사는 최근 희망퇴직 조건 등에 합의하고 18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 이전 출생 직원이 대상이다. 1983년생이면서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39세 직원도 희망퇴직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만 39세는 역대 신한은행 퇴직 대상 연령 기준 가운데 가장 낮다. 올해 1월 이뤄진 직전 희망퇴직에서 최고 출생 연도 조건이 1978년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대상 연령이 다섯 살이나 어려졌다. 희망퇴직 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치 월평균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받고 이달 31일 은행을 나가게 된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달 말 하반기 희망퇴직을 마무리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으로부터 6월 16~20일 신청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60명이 7월 31일 자로 은행을 떠났다.
시중은행이 젊은 직원까지 포함해 상·하반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디지털 전환 여파로 오프라인 점포가 축소되면서 은행원 수를 감축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조직 활력 등을 위해선 신입 사원을 계속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은행업 실적 호황과 맞물려 ‘조건이 좋을 때 떠나자’는 인식이 확산, 조기 퇴직 수요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신한은행 역시 젊은 직원들의 지속적 요구를 반영해 희망퇴직 연령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000만 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