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월 공개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를 대만 폭스콘의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원래 중국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시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만 아이폰 신제품을 만들어 왔던 애플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에 아이폰14 생산을 맡겼다. 정확히는 아이폰14 출시 두 달여가 지난 시점부터 극히 적은 물량을 만들게 했는데 이번에는 제품이 채 공개되기도 전에 인도에도 물량을 배분한 것이다. 이에 따라 6~9개월 차이가 났던 중국과 인도 공장의 첫 출하 시점은 몇 주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선 "인도에 대한 애플의 신뢰가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의미"란 해석이 나온다.
이렇듯 애플과 인도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애플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메이드 인 인디아' 제품을 늘리면서다. 아이패드와 맥 컴퓨터 등은 이미 인도에서 상당 물량을 만들고 있고, 5월에는 무선 이어폰 에어팟 생산도 인도에 맡기기 시작했다. 애플 제품군 중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아이폰의 경우 인도 생산 비중을 계속 키워서 2025년까지 전체의 25%를 맞추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오랜 기간 중국에 제품 생산을 전적으로 의지하다시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변심은 놀랍다. 애플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생산 거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로 정책으로 중국 내 생산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탓이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국'이 되려는 인도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플과 인도 모두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라 둘의 밀월 관계가 빠르게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발을 빼고 인도로 향하는 건 애플만이 아니다.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 AMD는 지난달 말 4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에 대규모 디자인센터를 짓겠다 발표했다. 마이크론 역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에 8억2,500만 달러를 들여 반도체 테스트 및 조립 시설을 짓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 샤오미, 구글 등 스마트폰 업체들도 인도를 중심으로 생산 기지를 다각화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제히 인도를 중국의 대안으로 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인구가 약 14억 명에 이르는 만큼 노동력이 풍부하고 △시장 규모도 크며 △인도 정부가 제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 당국은 2020년 글로벌 기업 제조업 공장 유치를 위해 66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정책을 내놨다. 물론 아직 제조 기술 숙련도에 있어선 중국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지만 기업들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 역시 빠르게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