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거래 부추긴다' 비판에…무신사 솔드아웃, '티켓 판매' 중단

입력
2023.08.17 08:00
고가 '암표 거래' 조장한다 비판에
9월 16일부로 서비스 공식 종료
"창작에 대한 권리 보호 위해 결정"


무신사 자회사 에스엘디티의 한정판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이 운영 중이던 티켓 판매 서비스를 종료한다. 개인 간 암표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론칭 40여 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티켓 판매 40여 일 만에…서비스 중단한 배경은


16일 솔드아웃에 따르면 다음 달 16일로 자사의 티켓 서비스 운영은 공식 종료된다. 최근 회사가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간담회를 열고 티켓 판매 서비스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논의한 뒤 내린 결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개인 간 티켓 거래 관행이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솔드아웃은 스니커즈, 의류, 테크 등 한정판 상품의 개인 간 거래(C2C)를 중개해온 플랫폼이다. 개인 간 안전한 티켓 양도 문화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7월 '티켓' 분야를 새 카테고리에 넣었다. 일반 고객들이 콘서트,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한정된 좌석의 티켓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위조 티켓 판매, 개인정보 노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사기거래 등 여러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음악·공연계가 고액의 암표 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온라인 플랫폼이 오히려 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회사는 곤욕을 치렀다. 실제로 운영 기간 동안 솔드아웃에서는 일부 공연 티켓의 리셀가가 정가의 서너 배가 넘게 뛰었다. 지난달 말 치러진 가수 권진아의 공연 티켓은 정가(9만9,000원)의 세 배가 넘는 30만 원에 거래됐다. 정가 9만9,000원의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 내한 공연 티켓은 최고가가 99만 원까지 치솟았다.

솔드아웃은 불법 거래 차단을 위해 대량 구매한 티켓인지 모니터링하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자체 검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예술·문화·체육계의 창작에 대한 노력과 열정을 존중하고 권리 보호라는 대의에 동참하기 위해 내린 판단"이라며 "앞으로 이용자와 브랜드를 보호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셀 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앞서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도 국내 최대 티켓 거래 플랫폼 티켓베이의 지분 43.13%를 사들였다가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크림 관계자는 이날 "크림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외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티켓 판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거래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지난해 4,22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각종 공연이 재개되면서 암표 거래가 예년보다 늘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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