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반 사회를 구성하는 각종 인프라 시설(상하수도, 전기, 통신 등)은 도시의 기능 유지를 가능케 하는 기반이며, 사람으로 비유하면 핏줄과도 같다. 그중 하수도는 인류 평균 수명을 연장시킨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공공보건과 위생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으며, 강우 시 도시침수 방재를 위한 최전선 인프라 시설이다.
이런 하수도가 최근 자연으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위기는 국민과 도시의 안전뿐 아니라 산업 문명 전반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시간당 강우량 72㎜ 이상 발생하는 '극한호우'가 일상이 되고 있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러 도시가 침수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정부 정책으로 국가하천의 대규모 댐 건설, 제방 신설 등에 많은 투자와 더불어, 도시침수 대응을 위한 하수도 정비에 대한 관심도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존 하수도의 설치 당시 기준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곧 도시와 국민의 안전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설물 용량 확대를 통한 침수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도심지에 위치한 시설의 용량 확대사업은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사회적 갈등과 간접 비용을 유발한다. 시설물 확대를 통한 수동적 대응과 법, 제도, 운영 등 능동적 대응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정책으로 효율적 침수대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상습침수지역 조사를 통한 선택적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우선순위로 선정·관리해야 한다. 이런 중점관리지역은 하수도가 감당해야 할 계획강우와 방재성능 목표를 현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초석(기존 하수도 시설)을 반듯하게 쌓아야 한다. 미래를 위해 정확한 조사와 현황파악이 선행되어야 시행착오와 예산낭비가 방지되고 국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기존 공공하수도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차수판, 빗물받이 준설 등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대책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선진화된 하수도 시설과 기술 보급에 노력해야 한다. 스마트하수도 기술, 디지털데이터에 기반한 하수관로 운영시스템을 도입해 하수도 시설 간의 효율적 연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간 하수도 분야는 수질개선 등 기본적 기능에 집중하였으나 최근 기후변화와 증가하는 도시침수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 투자의 필요성과 정책 변화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도시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도시침수 대응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정책 다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