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두 달 앞둔 재수생의 커피에 몰래 변비약을 넣은 다른 수험생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지난 9일 상해·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말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학원 독서실에서 재수생 B(19)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위에 있던 커피음료 페트병에 아무 이유없이 변비약 2알을 넣었다. 자리에 돌아온 B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변비약이 녹은 커피를 마셨고 설사 등의 증상을 동반한 장염에 걸렸다.
두 사람은 같은 독서실에 다녔지만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이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B씨는 "2차 가해가 두렵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라 더는 정신적·시간적 피해를 당하고 싶지 않다"며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이후 B씨는 재수에도 실패했다.
범행을 자백한 A씨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가족이 선처를 탄원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전혀 모르던 다른 학원생의 커피에 아무 이유 없이 변비약을 넣은 것은 '묻지마 범행'에 해당한다"며 "범행 전후의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쁘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검사가 구형한 벌금 200만원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긴 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2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