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신청 급증, 커져가는 가계빚 부실 경고음

입력
2023.08.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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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대출을 갚기 힘들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무조정 신청 건수가 6월 말 기준 9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신청자가 지난해 전체 신청자의 70%에 달할 만큼 가계 빚 상환능력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채무조정은 법원의 개인회생ㆍ파산과 달리 채권 금융기관에 신청하며, 비용은 적고 기간은 짧다.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1개월 미만 연체자의 상환을 유예하거나 기간을 연장해 주는 신속채무조정이 급증하고 있다. 성실히 빚을 갚던 사람 가운데 올 들어 이자 부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된 이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는다며 지난해 11월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올해 초 특례보금자리론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제외, 주택담보대출 상환 50년으로 연장 등 가계대출 규제의 끈을 느슨히 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문 DSR는 주요 17개국 중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3개국 중 스위스 호주에 이어 세 번째다. 잠시 안정세를 보이던 가계부채가 올 4월 증가세로 돌아선 후 점점 속도가 빨라지자, 한국은행까지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라고 경고했다.

정부도 지난주 50년 장기와 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점검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다. 가계대출 부실을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하면 금융 불안과 주택시장 등 실물경제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서둘러 DSR 규제 강화 등 대출 문턱을 높여 증가세를 낮추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 재조정 제도 강화와 맞춤 소액 대출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개인도 ‘영끌 투자’의 위험성을 신중히 고려하고, 가계 건전성을 강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