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발생 환자 수(420명)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15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51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6, 7월에 환자가 급증했다. 5월 환자 수는 80명이었지만 6월에 이보다 2배 많은 160명이 발생했고, 지난달 연중 최고치인 169명을 기록했다. 통상 7월에 정점을 찍고 상하반기 양상이 비슷한 말라리아 환자 발생 패턴을 감안했을 때, 올해 말라리아 환자 수는 다음 달 600명을 넘어 12년 만에 연간 7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2011년(826명) 이후 연간 7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600명을 넘어선 해도 2014년(638명), 2015년(699명), 2016년(673명) 세 차례뿐이었다.
올해 유난히 말라리아 감염이 늘어난 것은 폭염 및 폭우로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늘어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줄었던 야외활동이 급증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른 무더위에 많은 비까지 내려 모기 유충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실제 질병청이 말라리아 매개 모기를 감시한 결과 하룻밤 채집기 한 대에 잡힌 모기 개체수는 28주 차(7월 9~15일) 평균 6.2마리로, 평년 같은 기간(5마리)보다 1.2마리 더 많았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빠는 과정에서 열원충이 전파되는 대표적인 모기 매개 질환이다. 국내에선 삼일열 말라리아가 토착화됐는데 얼룩날개모기류가 주된 매개체다. 얼룩날개모기는 논이나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면서 주로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한다.
국내 삼일열 말라리아는 90% 이상이 인천, 경기·강원 북부 등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감염된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비해 치사율은 낮지만 오한, 고열, 발한 등이 48시간 주기로 반복된다.
질병청은 위험 지역 거주자 및 여행객에게 모기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야간에 야외 활동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야간 외출 시에는 긴소매, 긴바지를 착용하고 모기 기피제를 뿌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