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 태평양전쟁(1941~1945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바쳤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 등 자민당 일부 고위 정치인은 직접 참배하기까지 했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라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각료 시절에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하지 않았지만, 2021년 10월 총리에 취임한 후로는 패전일과 봄·가을 제사 때마다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을 봉납하고 있다.
자민당 내 우익 성향 정치인인 하기우다 정조회장과 다카이치 장관은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기시다 내각 출범 후 자민당 최고위급 임원을 뜻하는 ‘당 4역’에 속한 간부가 패전일 당일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각료의 참배는 2020년 이후 4년째 이어졌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자민당 총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속한 의원들도 직접 참배했다.
야스쿠니신사는 1867년 메이지유신을 전후해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에서 숨진 이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이 중 약 90%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과 관련돼 있다. 한반도 출신자도 2만여 명 합사돼 있으나, 신사 측은 유족의 합사 취소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