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혁신안 놓고 친명·비명계 16일 맞붙는다... "국민 삶과 동떨어진 문제"

입력
2023.08.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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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혁신안 발표 이후 첫 의총 개최
비명계 "의원 절반 이상 반대" 주장에
친명계는 '당원민주주의'로 맞불 방침
계파갈등 격화에 혁신 동력 상실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16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한다. 10일 혁신안 발표 이후 공론화하는 첫자리다.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의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당 혁신이 동력을 잃고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혁신안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1인 1표'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현역의원들의 공천 감점(페널티)을 최대 40%까지 차등 적용해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비명계는 강력 반발했다. 의총에서 지도부를 향해 '혁신안 폐기'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혁신안이 당원을 지지 기반으로 둔 친명계에서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에 대해 벼르고 있는 의원들이 많은 만큼 의총에서 세게 부딪칠 것 같다"며 "더좋은미래, 민주주의4.0 등 의원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만큼 지도부에서도 혁신안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친명계는 '당원민주주의'로 맞불 놓으며 혁신안 수용을 촉구할 방침이다. 친명계 의원은 "당이 혁신위를 출범시켰으면 혁신안을 따라야지 개인의 유불리를 따져선 안 된다"면서 "당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내려놓을 때는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혁신안 이행을 촉구하는 당원 청원이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은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도부는 의총에서 혁신안 논의를 최대한 마무리 짓고 오는 28, 29일 예정된 의원 워크숍에서는 정기국회 대비에 집중할 참이다. 하지만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이견이 워낙 큰 탓에 내홍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혁신위 실패 책임을 놓고서도 비명계는 "혁신위를 제안한 장본인"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는 "원내지도부가 혁신위 출범 계기가 됐던 쇄신의총을 열었다"고 화살을 돌리며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혁신안을 둘러싼 계파 간 힘겨루기에 골몰하면서 혁신이 동력을 잃고 표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 적지 않다. 서울지역 중진 의원은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당의 룰 문제를 두고 싸우고 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민주당이 환골탈태하고 있다고 보겠느냐"고 지적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국민들이 전혀 관심 없는 이슈로 오랫동안 갑론을박하거나 당내 대립을 심화시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고 한탄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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