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매트리스 쌓여가는데... 재활용 협약 참여기업 불과 2곳

입력
2023.08.17 15:00
자원순환협회, 4월부터 신청받아 
업체 대다수는 인력난 들어 외면
재활용 체계 시도 흐지부지될라

심각한 환경오염 원인으로 지목돼온 폐매트리스를 체계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첫발부터 꼬이고 있다. 생산업체와 재활용업체, 정부가 함께 자발적 협약을 맺고 재활용 활로를 열기로 했는데, 정작 참여하는 기업이 턱없이 적은 것이다. 업계가 환경 개선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용 줄어드는데도 참여는 저조, 왜

17일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공공자원순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신청을 받은 '폐매트리스 회수·재활용 자발적 협약'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은 단 2곳뿐이다. 에이스침대와 코웨이만 참여를 약속했을 뿐 나머지는 여전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협약은 정부가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품 생산자, 협약의무이행단체 등과 맺는 형식이다. 자원순환협회는 이행단체 자격으로 정부에 4월 협약을 제안한 뒤 매트리스 업계의 자발적 참여 신청을 받았다. 협약이 이행되면 생산자는 폐기물 부담금을 면제받는 대신 그보다 적은 재활용 분담금을 이행단체에 내고, 이행단체는 이를 재활용 사업자에 지원하게 된다. 정부로선 폐매트리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생산자는 폐기물 부담금이 줄며, 재활용 사업자는 수익성이 높아져 '윈-윈'이다. 향후 이 협약은 기존 회수·선별·재활용 체계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로 전환될 수도 있다.

협회는 이번 협약이 무질서하게 처리되던 폐매트리스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회수·선별 과정을 통해 매트리스의 뼈대와 속살(폼·스펀지)을 분리하고, 재활용 사업자를 통해 폼과 스펀지를 고형 폐기물 연료(SRF)로 변형하는 방향을 구상 중이다. SRF는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생활 폐기물로 만든 고체 재생연료를 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폐기물 부담금이 사라질 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지난해 기준 매트리스 출고량이 2,455톤인 A사는 1년간 4억5,200만 원의 폐기물 부담금을 지출했는데, 자발적 협약에 참여할 경우 협회에 내는 재활용 분담금은 2억4,800만 원으로 예상된다. A사로선 비용이 45%가량 절감될 거란 추산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협약 참여가 저조한 이유로 협회는 기업들의 낮은 이해도를 들고 있다. 하지만 중소, 영세업체가 많은 업계 특성상 제도를 면밀히 들여다볼 인력이 없다는 게 근본 문제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가 좁다 보니 참여 여부를 놓고 서로 눈치만 본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불법 소각까지... 골칫거리 된 대형 쓰레기

폐매트리스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숙면 관련 경제)' 붐으로 침구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덩달아 급증했지만, 명확한 재활용 기술도 체계도 없어 관리 사각지대가 됐다. 보통 업계에선 폐매트리스 중 '돈이 되는' 고철(스프링) 부분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하는데, 이마저도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대책 없이 방치되기 일쑤다. 2018년 경남 통영시에선 한 폐기물 처리 공공기관이 처리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폐매트리스를 통째로 불법 소각해 온 사실이 적발된 적도 있다(관련기사 ☞ '꿀잠 메이트' 매트리스, 버린 뒤 지구의 불면이 시작된다).

재활용 체계 추진이 흐지부지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협회는 9월 중 기후변화센터와 함께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매트리스 생산·수입업자, 폐매트리스 회수·재활용 사업자를 한자리에 모아 설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서희원 기후변화센터 연구원은 "순환경제를 위해 산업계 협력이 필요한 만큼 제도를 적극 설명하고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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