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기소로 붕괴되나 했더니 부활한 트럼프..."돈·지지자 더 몰려"

입력
2023.08.14 16:00
NYT "3월 기소, 공화 대선 경선 판도 바꿔"
폭스뉴스·당 조직,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
2위 디샌티스와 격차 벌려...아이오와 승세


“(내가) 다음 주 화요일에 체포될 것이다. 시위를 하라. 우리나라를 되찾아라.”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주 뒤 성추문 입막음 건으로 실제 기소됐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 처음으로 형사 기소를 당하면서 위기에 몰리는 듯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로 반전시켰다. 2020년 대선 패배 후 그와 거리를 뒀던 미국 보수 성향 방송사 폭스뉴스가 다시 태세를 전환했고, 공화당 조직은 서둘러 그를 변호했다. 대선 자금 모금액도 7배 이상 급증했고, 지지율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지율 2위로 따라붙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1위로 독주하는 계기가 3월 형사 기소였던 셈이다.

1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3월 형사 기소가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 지명 경쟁의 판도를 바꿨다. 첫 기소 후 폭스뉴스는 디샌티스 주지사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 영향력 있는 보수 성향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들도 트럼프 지지로 결집했다.

NYT는 “트럼프 팀은 범죄 혐의에 대한 실시간 뉴스 보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일부러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두 과정에서 그가 탄 차량을 생중계 추적 차량이 쫓을 수 있게 허용하고, 그의 전용기 이착륙 과정에서도 사전에 방송사에 카메라 위치를 브리핑하며 언론 노출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지지자 결집을 위해 언론을 활용한 것이다.

당 조직 역시 달라졌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식 도전 선언 후 지난 3월 말 기소 때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메일을 한 번만 보냈다. 기소 직후에는 최소 12개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를 통해 대선 자금 기부 요청을 전달하기도 했다.

온라인 대선 자금 모금 역시 급반전을 이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에는 하루 12만9,000달러(약 1억7,500만 원)를 모금했는데 기소 직후 3주간 하루 평균 77만8,000달러(약 10억5,000만 원) 이상을 모았다. 여론조사 지지율 역시 기소 후 몇 주 동안 조사기관별로 평균 9%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 "기소 한 번 더 필요해"...농담하는 '여유'

지난 3일 3번째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의 대통령 당선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소가 한 번 더 필요하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뽑는 당원대회(코커스)가 처음 열리는 아이오와주(州)에 집결한 트럼프ㆍ디샌티스 두 사람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아이오와에서 지역 바닥 조직력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한 행사장을 찾았을 때 트럼프 지지 문구를 매단 비행기가 상공을 선회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우리는 트럼프를 사랑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디샌티스 주지사의 기를 죽이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