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1,330원대로 되돌림했다. 미국 시장금리 상승에 이어, 부동산발 중국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원홧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환율은 전장 대비 6원 오른 1,330.9원에 장을 마쳤다. 5월 18일(1,334.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260.4원을 기록한 지난달 18일 이후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오름폭은 70원(5.6%)을 웃돈다.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난 한 달 누적된 대외 악재들이 지목된다. ①현시점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중국이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하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30%를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이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 슬럼프가 악화하면서 중국 경제 회복을 짓누르고 있다. 최신 데이터상 재반등의 기미는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지연될 조짐에 이날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한때 달러당 7.26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시장에선 아시아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홍콩 항셍의 낙폭이 2%(오후 3시 30분 기준)로 가장 컸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한국 경제는 중국을 따라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봉쇄 이후 하락 추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1분기 총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19.5%로 여전히 가장 크다.
②미국 시장금리가 장기 국채 중심으로 상승한 것도 원화 약세 원인이다. 미 정부가 장기채 발행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고, 수익률(금리)은 상승하고 있어서다. 자본은 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미국 고금리는 달러 가치를 끌어올린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안전자산' 달러 수요가 늘어났고, 미국 7월 생산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돌며 물가 경계감이 살아난 것도 강(强)달러 재료다.
③유가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이달 무역적자가 예상된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1,330원대에서 고점을 형성한 후 하락할 것으로 본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은 채권 유통량 문제에 불과한 데다 중국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위기 확산 제어에 나서고 있다"며 "1,340원을 넘어서진 않을 것"으로 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도 "미국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지는 4분기에는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현재로선 중국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 달이 고비"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