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서 '군사연습 정례화' 논의… 대통령실 신중 분위기도

입력
2023.08.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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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의 매년 1회 정례화 조율
군사연습 정례화 시 중국 반발 의식도

한미일 3국이 공동 군사연습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중국의 반발과 일본 자위대와의 군사연습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을 감안해 군사연습의 성격과 규모를 두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한미일 공동 군사연습 정례화 가능성에 대해 "3국 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합의 수준은 아니지만 한미일 정상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에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한미일이 오는 18일 정상회의에서 매년 최소 1회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공동성명에는 △한미 양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공동훈련 정례화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의 조속한 개시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전했다. 3국의 포괄적 전략을 명기한 문서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함께 방위 협력·공동 군사훈련·정보 공유·사이버 안보 등의 방침을 담은 별도의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란 내용이다. 람 이매뉴얼 주미 일본대사는 전날 일본 언론들을 만나 이 같은 논의를 소개하며 "3국이 공동의 원칙으로 결속하고 관여해 가겠다는 결의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은 한미일의 군사연습 정례화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미일은 지난해 9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동해 공해상에서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하는 등 3국 합동훈련을 몇 차례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정례화한 적은 없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북핵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군사연습 정례화 논의 자체를 부정하진 않고 있다. 다만 형식과 성격을 두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미일 군사연습 정례화를 통해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억지력 증가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중국의 반발 등으로 대중 외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작전계획까지 공유하는 군사연습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한미일 정상회의 전후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자위대와의 군사훈련이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사전 차단하는 공동의 대응 능력을 향상하고자 하는 의미"라며 "이미 추진 중인 미사일 정보 교류의 수준이 될지, 정식 작전훈련이 될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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