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잼버리 마무리… 고강도 감사 수순 밟는 대통령실

입력
2023.08.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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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보신주의 근절' 메시지 낼 듯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11일 폐영식을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부실 준비·운영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여야가 전·현 정부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대회 준비에 책임이 있는 모든 주체를 대상으로 한 감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잼버리 대회가 잘 마무리되고 난 뒤, 이번 대회가 차질을 빚은 이유에 대해 분명히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로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감사원법상 대회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청 등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고, 1,000억 원가량의 준비 예산의 용처를 감사할 수 있는 기능이 감사원에 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조직위에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성역 없는 감사가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지난 1일 개막 첫날부터 다수의 온열질환자 발생과 화장실 부족 등 열악한 준비로 세계적인 이슈가 됐고,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으로 야영지인 새만금에서 철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정부는 대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민관에 협력을 요청한 데 이어 이날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를 통해 부실 준비 논란을 만회해 민심을 잡겠다는 분위기다.

여권에서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 대한 해임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잼버리 대회의 주무부처 장관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염 대책도 다 세워 놨다"며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했을 뿐 아니라,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위기 대응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다만 즉각 해임할 것인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은 깊다. 김 장관을 해임이나 자진사퇴 형식으로 직을 반납시킬 경우, 향후 감사원 감사와 조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뿐 아니라 박보균 문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공동 조직위원장인 터라, 김 장관의 경질이 이뤄질 경우 야당으로부터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대통령실도 이에 관계 부처 장관의 책임론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잼버리 대회가 마무리되는 12일 이후 공직사회를 향해 '보신주의 근절'과 관련한 강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태풍 '카눈'과 관련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신속하고 충분하게 피해 지원을 하고 이재민에 대해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꼼꼼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태풍이 이례적으로 한반도를 직접 관통하고 느리게 이동하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1만5,000명 이상의 주민들을 위험지역에서 사전 대피시키고, 지하도로 등 2,400여 개소의 위험지역을 미리 통제하는 등 선제적 조치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