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샤니 공장 끼임사' 중대재해법 조사 착수

입력
2023.08.10 18:40
반죽기 기계 끼임 사고 이틀 뒤 사망
한노총 "안전보건규제 완화한 정부,
기조 바뀌지 않으면 SPC 공범일 뿐"

SPC 계열사인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크게 다친 50대 노동자가 끝내 숨졌다. 노동 당국은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1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소재 샤니 제빵공장 직원인 A(55·여)씨는 지난 8일 정오 무렵 2인 1조로 작업을 하다가 배 부위가 반죽기 기계에 끼이는 큰 부상을 입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는 맥박을 회복하고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사고 이틀 만인 이날 정오 무렵 사망했다.

사고 직전 A씨는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밀가루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옮기는 작업 중이었다. 경찰은 함께 일하던 동료 B씨가 기계의 아래쪽에 있던 A씨를 보지 못하고 리프트 내림 버튼을 눌러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샤니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부는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동료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가 속했던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SPC그룹에서만 유독 이런 큰 사고가 반복되는 건 현장 산업재해가 단순 안전보건 문제를 넘어 교대제와 노동시간, 안전문화 인식 전반 등 보다 구조적 원인을 찾고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또 "고용부는 지난해 SPL 공장 사망사고 이후 기획감독 등 각종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감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름값과 달리 무의미한 제재만 반복했던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보면 오히려 산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안전보건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SPC와 공범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샤니노조도 "회사는 작업시간 단축과 산업안전 불감증 해결 방법을 찾아 노조에 통보해달라"며 "충분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전면적 작업환경 개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요구했다.

SPC 계열사에서는 최근 1년 새 끼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15일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이번 사고가 난 성남 샤니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40대 노동자가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났고, 지난달에도 50대 노동자가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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