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임을 알리는 대표적인 곤충을 꼽으라면 단연 매미다. 밤낮으로 "맴~맴~맴~", "치이이이" 울어대는 통에 소음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집 방충망에라도 붙으면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린다. 한 지인은 방충망에 붙은 매미가 하도 울어대 잠을 설쳐 베개를 집어던졌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얼마 전에는 산책을 하던 중 나무 밑에 떨어진 매미 애벌레가 우화하며 남긴 껍질(탈피각)을 여럿 봤다. 솔직히 처음부터 알아채진 못했다.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엷은 갈색의 대여섯 마리 곤충의 사진을 찍어 주변에 공유했더니 매미가 탈피하고 남긴 것이라는 답을 듣고서야 알았다. 지금껏 매미에 너무 무관심했나 싶었다.
매미가 내는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이의 원인을 설명하는 뉴스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심 속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매미는 참매미 또는 말매미라고 한다. 소리를 내는 매미는 수컷뿐이며, 이들이 내는 울음은 짝짓기를 위해 암컷에게 보내는 세레나데라는 것이다. "맴~맴~맴~" 우는 건 참매미, "치이이이~" 우는 건 말매미다.
말매미는 한밤중 소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열대 지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매미보다 더 높은 기온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보다 선선한 아침∙저녁으로는 참매미가 낮에는 말매미가 주로 우는 식인데, 폭염과 열대야로 밤에도 말매미가 울어댄다는 것이다. 말매미의 소리에 밀릴까 참매미는 이른 아침부터 구애에 나서고 있다. 이 내용을 알게 된 다음 매미 소리를 들어보니 실제 아침에는 "맴~맴~" 소리가, 한낮이 되니 "치이이이~" 우는 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사실 매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소음도 애벌레 탈피각 때문도 아니다. 공원에서 매미 채집에 나선 아이들을 보고 나서다. 한 아이는 곤충 채집통에 수십 마리의 매미를 가득 잡은 뒤에도 또 다른 매미 사냥에 나섰다.
매미는 아무나 잡아도 되는 걸까 궁금증이 생겼다. 환경부에 확인하니 현행법에 따르면 매미는 멸종위기종이나 우리나라 고유종이 아니므로 포획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포획∙채취 금지 야생생물 대상을 봐도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곤충은 보호대상이 아니면 포획을 금지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매미를 함부로 잡아도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여름방학의 단골 과제였던 곤충∙식물채집은 동식물과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며 1994년부터 금지됐다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 검색해보니 곤충 채집 장소를 묻는 사람들도 많았고, 관련 체험행사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매미는 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 한 달만 지상에서 살기 때문에 함부로 잡으면 벌을 받는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실제 매미는 종에 따라 땅속에서 사는 기간이 3~17년으로 다양하다.) 다 떠나서 수년간 땅속에 있다 겨우 빛을 봤는데 채집통에서 생을 마감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매미가 궁금하다면 잡지 말고 눈으로만 봐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