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0일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여행사를 통한 한국행 단체 관광을 전면 불허한 지 6년여 만이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렸던 서울 명동과 제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면세점과 유통업계에는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중국이 사실상 사드 보복 차원에서 단행한 일방적 조치를 철회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이날 한국에서 중국행 여행 등 비자를 발급할 때 지문을 채취하던 절차를 연말까지 중단키로 한 것도 한중 교류 확대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당장 대규모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올 것으로 기대하며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성급하다. 유커가 꼭 한국을 선택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일본으로 갈 수도 있다. 중국인들에게 과연 한국이 매력적인 여행지인지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내국인들조차 바가지요금에 해외로 떠나는 게 현실이다. 여행사에 수수료를 주고 단체관광객을 모집한 뒤 ‘쇼핑 뺑뺑이’로 손실분을 보전하던 싸구려 관광에 우려도 적잖다. 중국인도 이런 여행은 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외국인의 한국 재방문율은 40%도 안 돼 60%가 넘는 일본보다 낮다. 편리한 관광 인프라와 풍부한 콘텐츠, 관광 상품의 고급화를 도모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만 유커도 찾아온다.
중국이 우리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예단하는 것도 금물이다. 중국이 이날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 국가는 우리를 포함해 78개국이다. 지난 1월 20개국, 3월 40개국에 이어 세 번째 그룹이다. 정부 공식 발표와는 달리 언제든 여행사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중국을 정확히 알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교류 확대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중(知中)을 토대로 반중(反中)을 넘어 용중(用中)으로 가는 게 우리가 갈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