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10일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교권 침해 문제로 혼돈을 겪고 있는 학교 현장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가 책임과 권리를 동등하게 갖고 학교를 '교육공동체'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특히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대안도 활발히 제시됐다.
토론회에선 교사의 학생 지도뿐 아니라 채점을 문제 삼는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가 조명됐다. 이정열 부산 정관고 교사는 "수행평가에서 자녀가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하면 민원을 넣거나 점수 변경을 요청하며 교사를 힘들게 한다"며 "사교육업체 컨설팅을 받고 와서 교사가 동의할 수 없는 평가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요구를 거절하는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는 학부모도 있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학부모가 교사에게 자기 자녀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요구하느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법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연구본부장은 "현행 법제는 학부모 권리 중심"이라며 "교육기본법에 보호자 책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기본법에 '보호자는 학교와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고 적극 협력하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하자는 제안이다. 황 본부장은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아동복지법에 무고죄를 추가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무고는 가중처벌하자고 주장했다.
교육활동을 방해한 학부모는 특별교육을 받도록 학교에 강제력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지산 울산시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는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 학생의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에 보호자가 참여하게 하고 불참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보호자 당사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에는 불이익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에 새로운 각도의 해법을 주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갈등을 조장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학생·교원·학부모 모두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 있게 규정한 '교육공동체의 권리·의무 조례'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 시작 전 현장에선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부에 입장을 달리하는 학부모 단체들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회원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이덕난 연구관)는 발표 내용에 야유를 보내거나 토론자로 나선 교사들에게 "소속 단체를 말하라"고 소리쳐 행사 진행에 차질을 줬다. 유튜브로 토론회를 시청한 교사 사이에선 "저런 학부모를 매일 상대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