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인 SPC그룹 계열 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는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공장의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안전관리 강화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더 이상 SPC 자체에 안전을 맡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만큼, 정부는 관리감독의 소홀함은 없었는지 점검하고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됐다.
지난 8일 사고는 경기 성남의 샤니 제빵공장에서 발생했다. 50대 노동자가 작업 중 반죽 기계에 복부가 끼면서 중상을 입었다. 2인 1조 작업인데 함께 일하던 동료가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작동시켜 발생한 사고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해당 공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기계에 손이 끼어 크게 다쳤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안전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SPC는 지난해 평택공장 사고 이후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1,000억 원 투자를 약속하고, 계열사 전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감독하고 책임지는 ‘SPC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허영인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성남공장은 물론 평택공장에서도 올해 상반기에 화상과 끼임, 골절 등 3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산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SPC 내부 시스템에 노동자들의 안전을 맡기는 건 무리다.
한층 강화된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고용부에 그럴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6건의 사고로 7명이 숨진 DL이앤씨(옛 대림산업) 대표도 1년이나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있는 게 고용부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어 이번 사건도 소극적 대응이 우려된다. 고용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조치로, SPC 노동자들의 안전을 시급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