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어민들과의 신뢰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현지 어민 대표가 근거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일본 정부는 8월 하순~9월 초순 방류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최근 보도됐지만, 방류의 전제 조건인 ‘(어민 등) 관계자의 이해’는 얻지 못한 상태다.
9일 교도통신과 후쿠시마 지역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어련)의 노자키 데쓰 회장은 전날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장관과 면담한 후 지난 7일 기시다 총리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노자키 회장은 와타나베 장관과의 면담에서 다시 한번 방류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 장관을 만난 니키 하루미 아오모리현 어련 회장도 “역시 ‘방출은 싫다’는 게 우리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후쿠시마현 어민들에게 “(어민 등) 관계자의 이해를 얻지 않으면 오염수를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어민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를 두고 7일 “니시무라 장관 등이 현지 주민들과 대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어업 관계자들과의 신뢰 관계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노자키 회장 반응을 두고 ‘기시다 총리가 현지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오자와 이치로 입헌민주당 중의원 의원은 관련 보도를 인용하며 “기시다 총리에게 ‘듣는 힘’ 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일본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 참의원 의원도 “깊어지고 있는 것은 어민과의 ‘신뢰 관계’가 아니라 ‘균열’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국내 어민 설득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선 중국만 방류에 반대할 뿐 다른 국가는 이해를 보이고 있다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중국 대표는 “방류 계획을 강행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중국 대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에 대해 “오염수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낮게 평가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IAEA가 철저한 감시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IAEA 보고서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역시 IAEA 보고서를 강하게 지지하며 오염수 방류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