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숙원 사업인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을 두고 사업시행자인 광주시도시공사가 혈세(예산) 낭비 시비에 휩싸였다. 어등산 관광 단지 내 복합쇼핑몰 건립을 골자로 하는 신세계프라퍼티의 사업 계획서(제안서)에 대해 5,400여만 원을 들여 법적 근거도 없는 적정성 검토 용역을 실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특히 용역 업체는 해당 사업 계획서 내용이 법정 상위 계획인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계획에 저촉되는데도 "적정하다"는 용역 결과를 내놓은 데다, 광주시는 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12월 28일 어등산 관광 단지에 복합쇼핑몰 등을 짓겠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서를 광주시에 제출했다. 이 사업 계획서를 넘겨받은 광주시도시공사는 이를 민간 투자 사업 제안서로 보고 적정성 검토 및 공모 지침서 작성 용역 계약을 올해 4월 21일 전남대 산학협력단과 체결했다. 당시 광주시가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을 위탁 개발할 민간 사업자를 일반 경쟁 공모가 아닌 제3자 제안 공모 방식으로 뽑겠다고 밝힌 터라, 광주시도시공사는 이 용역 결과를 공모 지침서 작성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사업 추진 근거인 관광진흥법(제55조)엔 사업시행자가 민간 투자 사업 제안서에 대해 적정성 검토 용역을 의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이 법령엔 사업시행자가 아닌 자로서 조성 사업을 하려는 자(민간)는 사업시행자와 협의해 조성 사업을 할 수 있고, 그 협의를 위해선 사업 계획서와 설계도면, 재원 조달 계획 등을 첨부한 협의 신청서를 사업시행자에게 내도록 돼 있다. 문제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조성 사업 협의 신청서도 제출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를 범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광주시도시공사는 예산 5,454만 원을 들여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적정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결과를 놓고도 "과연 적정한 것이냐"는 뒷말이 나온다. 신세계프라퍼티 사업 계획서 내용이 광주시가 고시한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계획에 어긋나는데도 전남대 산학협력단은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는 어등산 관광 단지 조성 계획을 수립하면서 상가 시설 지구 면적을 2만4,170㎡(7,311평)로 묶어 놨지만,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보다 무려 5.9배나 넓은 14만3,951㎡(4만3,545평)로 제안했다. 하위 계획이 상위 계획 범위를 크게 넘어선 셈인데, 관련법상 요건 충족 여부는 물론 관광 단지 내 조성 시설에 대한 적정성 등을 검토하라는 광주시도시공사의 과업 지시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문이 드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광주시도시공사는 용역 결과 보고서 공개를 거부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광주시가 3일 공고한 어등산 관광 단지(유원지 부지) 개발 사업 제3자 공모 지침에 이번 적정성 검토 용역 결과가 반영됐는지도 논란이다. 광주시는 이번 공모 지침을 통해 상가 시설 지구 면적을 116,000㎡(3만5,000평) 이하로 제한했는데, 그 기준으로 삼은 건 2015년 광주시도시공사가 전남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했던 어등산 관광 단지 내 유원지 개발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였다. 당시 용역 결과엔 상기 시설 지구 면적이 12만8,700㎡(3만9,000평) 이상으로 제시됐다. 이에 "광주시도시공사가 올해 용역에 헛돈만 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시도시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용역은 광주시가 요구해서 진행한 것"이라며 "다만, 이번 제3자 공모 지침에 담긴 상가 시설 지구 면적은 신세계프라퍼티 사업 계획서에 대한 적정성 검토 용역 결과와 2015년 용역 결과를 반영해 도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