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동반 암 환자, 3명 중 2명 고혈압 약 잘 복용하지 않아 <서울성모병원>

입력
2023.08.09 10:07

암 환자로 진단돼도 초기 발견되고 수술적 치료와 효과적인 다양한 암 치료제 개발 등으로 암환자 생존율이 높아짐에 따라 100만 명이 넘게 살아가고 있다.

고혈압은 암 환자와 암 경험자들이 잘 관리하지 못하면 중증 심혈관 질환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암 경험자는 암 치료 후에도 심혈관 질환 위험에 노출되며 암 환자 사망 원인의 2번째 요인이 심혈관 질환이다.

하지만 고혈압을 동반한 암 환자나 의사는 암의 치료와 재발 방지에 집중 하느라 고혈압 치료는 소홀히 하기 쉽다.

정미향·이소영·윤종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김현창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암 환자의 3분의 2가 고혈압 약을 잘 복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 치료와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2~2013년 표본 코호트(NHIS-NSC)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고혈압 약을 처방받은 성인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약물 처방의 치료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치료 요법 순응도(adherence)는 약 복용 일수를 환자가 처방 받은 총 일수로 나눈 비율(약물 소지율·Medication Possession Ratio·MPR)로 정의하고 분류했다.

환자들의 약물 소지율에 따라 좋은(약물 보유 비율 ≥ 0.8), 보통(0.5 ≤ 약물 보유 비율 < 0.8), 나쁜 (약물 보유 비율 < 0.5) 고혈압 약 복약 순응도군으로 나누었다.

주요 결과 지표는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이고, 부차적 결과 지표는 주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필요한 심혈관 사건(Cardiovascular Events)이었다.

그 결과, 고혈압을 가진 1만9,246명의 암 환자 중 66.4%가 고혈압 약을 잘 복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중 26.3%는 보통 복약 순응도 군이고, 40.0%는 나쁜 복약 순응도 군이었다.

연령별로는 20~24세 환자의 81.8%, 25~29세 환자의 84.2%, 30~34세 환자의 73.4%가 나쁜 복약 순응도 그룹으로 조사돼 젊은 암 환자일수록 고혈압 약 복용이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추적 기간인 8.4년 동안 2,752명의 사망과 6,057건의 심혈관 사건이 발생하였다.

복약 순응도가 좋은 군과 비교하면 보통과 나쁜 복약 순응도 그룹은 전체 사망률에 대해 각각 1.85배, 2.19배, 심혈관 사망률에 대해 각각 1.72배, 1.71배 증가된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복약 순응도가 보통과 나쁜 군은 새로운 심혈관 사건에 대해 각각 1.33배, 1.34배 증가된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심혈관 사건의 하위 유형에서도 일관됐다.

정미향 교수는 “항암제 개발에 힘입어 많은 암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늘어났지만 암 치료와 재발에 신경 쓰느라 고혈압 관리는 종종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어려운 암 치료에 성공해도 고혈압 관리를 하지 못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심혈관 질환까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암 환자들의 고혈압 약 복용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종찬 교수는 “암 환자들이 고혈압 약을 잘 복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암 환자는 하루에 여러 번 많은 처방약을 복용해야 하고, 질환으로 인한 우울감에 스스로 약을 챙기며 돌보기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단일 복합 알약을 처방해 약제 복용을 단순화 하는 한편, 주치의와 여러 임상과의 다학제 의료팀과의 충분한 상담과 다차원의 의료 지원으로 암 치료와 더불어 고혈압 같은 합병증 관리를 함께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JAHA) 7월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