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북한 모란봉악단이냐" K팝 '잼버리 동원' 논란

입력
2023.08.08 19:30
정치권 'BTS 동원' 요구에 팬덤 "공권력 갑질" 성명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혼란... 일부 연예인 불참
'뮤직뱅크' 11일 결방 '고육지책'... 뉴진스 엔믹스 등 출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K팝 공연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멤버 일부가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출연을 국방부에 요구하자 팬들은 "BTS가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따라 K팝 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공권력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졸속 운영으로 온갖 논란을 빚은 행사를 K팝으로 수습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잇따르자 일부 출연진은 행사 참여를 취소했다.

BTS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 이용자들은 8일 성명문을 내 "'잼버리 사태'로 풍비박산 난 대한민국의 국격을 되살리기 위해 BTS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반민주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하게 정치권을 비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팝 공연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쓴 데 대한 반발로 읽힌다.

성명에서 BTS 팬들은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보기 위해 방문한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서라도 BTS가 문화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는 바"라면서도 "현재 국방부의 육군 소속인 BTS의 김석진(진) 상병과 정호석(제이홉) 이병과는 달리 다른 멤버들은 민간인으로서 국방부에서 관할할 그 어떠한 권리도 없다"고 꼬집었다. 방탄소년단은 두 멤버가 입대해 단체 활동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K팝 가수를 국가 행사에 무리하게 끌어들이려 하자 SNS엔 'BTS가 북한 모란봉악단이냐'는 비판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팬들의 거센 반발에 공연 준비 기간이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방탄소년단의 출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K팝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일정과 장소 변경이 잇따르면서 공연 준비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애초 6일 공연에 출연 예정이던 그룹 엔믹스와 스테이씨, 베리베리를 비롯해 공연 진행을 맡을 예정이었던 배우 장동윤은 이 행사에 불참한다. 잼버리 K팝 공연 행사에 불참하게 된 연예인 관계자는 "11일 이미 예정된 일정이 있는데 이 행사가 갑자기 그날로 미뤄진 탓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K팝 아이돌그룹은 해외 활동 등으로 길게는 1년 전의 일정까지 차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혼란이 이어지자 주최 측은 행사 주관 방송사인 KBS가 11일 생방송 예정이었던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출연진을 잼버리 K팝 공연 무대에 올리는 고육지책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11일 '뮤직뱅크' 결방을 7일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그 후 11일 '뮤직뱅크'에 출연할 예정이던 그룹 뉴진스와 있지 등은 이 프로그램 방송이 취소되면서 잼버리 K팝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잼버리 K팝 공연은 11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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