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1급' 시베리아 호랑이 '수호' 숨져...서울대공원 "원인 파악 중"

입력
2023.08.08 17:46
멸종위기 1급... 5월엔 전염병 감염 1마리 폐사 
대공원 "열사병 징후 없어... 외부기관 검사 의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시베리아 호랑이가 6일 오후 서울대공원에서 폐사했다.

8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폐사한 호랑이는 2013년 6월 6일 동물원 맹수사에서 태어난 열 살의 수컷 호랑이 ‘수호’다. 대공원에 따르면 수호는 폐사 당일 오전 8시 40분쯤 방사장으로 나올 때는 괜찮았지만, 이날 오후 4시쯤 사육사가 방사한 호랑이들을 내실로 돌아가도록 유도할 때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공원 측은 응급 처치를 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폐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폐사 후 실시한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등 전염병 4종과 최근 퍼지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대공원은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외부 기관에 병리학적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약 한 달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수호의 폐사 원인으로 열사병을 의심한다. 추운 지역에 서식해 온 시베리아 호랑이가 최근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으로 올라가는 등 지속적인 폭염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공원 측은 열사병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폐사 당일 방사한 시베리아 호랑이는 총 8마리인데, 이들 모두 열사병 의심 징후가 없었다. 같은 날 내실에서 휴식을 취한 4마리도 이상 증세가 없었다.

호랑이 방사장에 목욕풀장이나 음수대, 나무그늘 등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고, 내실에도 선풍기를 상시 가동 중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내실 온도를 28, 29도 수준으로 너무 덥지 않게 유지하는 중”이라면서 “에어컨은 없지만 스스로 체온조절을 하고 사계절을 버티는 야생동물에게 무작정 에어컨을 틀어주는 것도 건강상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에도 서울대공원에서는 지난해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삼둥이 중 암컷인 '파랑'이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에 감염돼 숨졌다. 대공원은 치료와 방역을 위해 맹수사 관람을 일시 중단했다가 지난달 26일 재개했다.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은 고양잇과 동물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파랑과 함께 태어나 같은 우리에서 지낸 '해랑', '사랑'은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렸지만 관람 재개 전날 완쾌했다.

안아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