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다가오고 있다.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으로 상륙한 뒤 북서진하면서 한반도를 세로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풍속은 시속 126㎞에 달하지만 진행 속도는 느려 9~11일 지역에 따라선 600㎜가 넘는 비가 내리거나 시간당 1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수도 있다. 지난달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경북 예천 산사태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미 물을 잔뜩 머금은 채 약해진 지반은 추가 붕괴 가능성도 있다. 원전 밀집 지역까지 영향권에 있는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는 철저한 대비와 비상체제 가동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되풀이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천재지변을 인간의 힘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정부와 지자체, 경찰 중 어느 한 곳에서 통행 금지만 시켰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의 비극과 태풍 힌남노의 피해도 인재라는 점에선 마찬가지였다. 이미 큰 대가를 치른 만큼 안타까운 희생이 재연돼선 안 된다.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상습 침수 지역을 우선 점검하고 차수막을 설치하는 등 세심한 보호와 대책도 요구된다.
물론 강도 ‘강’ 정도의 태풍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태풍의 향배나 위력을 점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펄펄 끓기 시작한 전 세계 바다는 태풍을 점점 더 사납게 만들고 있다. 지구 해수면 평균온도는 역대 최고치인 섭씨 20.96도까지 상승했다. 폭염으로 달궈진 땅과 제7호 태풍 란의 발달도 변수다. 아무리 만전을 기해도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언제든지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늘 해오던 수준의 기상재해 대비책으로는 기후변화 시대의 태풍 피해를 막는 데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책을 강구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