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몸 사리며 집 안 짓는 건설사... 집값 자극 불씨 될라

입력
2023.08.08 15:00
11면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주택 실적 급감
대형 악재 더해지며 '사업 위축' 분위기
업계 "공사비 올리되 안전사고 무한 책임"

최근 건설사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원자잿값 인상에 이어 '철근 누락' 사태로 업계를 향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사업 리스크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건설 실적이 급감하는 지금의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 이후 각 건설사엔 각종 하자 등을 점검해 달라는 입주자와 입주 예정자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아울러 대형 건설사들은 최근 LH 철근 누락 아파트에 도입된 '무량판 공법(기둥만으로 천장 받히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으로 안전점검을 벌였다. 일단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초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민간 아파트 293곳을 전수조사하는 만큼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도 진행 중인 사업을 재검토하는 등 속도를 늦추고 있다. 무량판 공법으로 진행하던 아파트는 설계도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식이다.

지방의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시공 리스크가 높아져 현재로선 분양은 꿈도 못 꿀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법무법인과 연계한 아파트 하자 기획소송이 쏟아지는 건 아닌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원자잿값 상승 등 영향으로 실적이 급감한 주택 건설 사업을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택 착공 실적은 9만2,490가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0.9%, 10년 전 평균보다 60% 낮다. 같은 기간 주택 인허가 실적은 18만9,000여 가구로 1년 전보다 27% 줄었다. 지금 집을 지어야 2~3년 뒤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데,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심각한 주택 공급 부족이 빚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부실시공·감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하면서 공사비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건설사 임원은 "건설사 스스로 각성할 부분도 있지만 그간 공사비 인상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문제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각종 안전비용을 공사비에 적극 반영하되 안전사고에 대해 건설사가 무한 책임을 지는 방식이 옳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