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셔클 이용객 '급증'...불편한 버스, 부족한 택시 빈틈 채웠다

입력
2023.08.08 04:30
10대 증차, 서비스 강북 전역으로 확대
7월 세종 셔클 8만명 이용.. 2.5배 증가
이용객 만족도 80%에서 95.5% '쑤욱'

세종시가 현대차와 협업하고 있는 수요응답형 커뮤니티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 이용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첨단 대체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택시는 부족하고, 노선버스는 불편한 탓에 세종시에서는 승용차 이용률이 높다.

7일 현대차와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 셔클 이용자가 8만1,37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3만3,467명) 대비 2.5배 증가한 것이다. 신도시 지역 인구(약 30만 명)를 고려하면 4명 중 1명이 셔클을 이용한 셈이다.

서비스 지역, 차량 늘자 ‘콜’ 급증

이용객은 꾸준히 늘었다. 2021년 4월 12대의 차량이 1생활권에서만 운행할 때 9,437명이 이용했고,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4월에는 이용객이 2만2,323명으로 늘었다. 서비스 지역은 그대로 유지하되, 차량을 18대로 늘린 결과였다.

세종시 관계자는 “버스와 택시 등 기존 대중교통에선 경험하긴 힘든 깔끔한 서비스 덕분에 운행지역 확대 요청이 많았다”며 “지난해 2생활권 일부 지역(다정동)으로 서비스를 확대하자, 일일 이용객이 4만 명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정해진 노선 없이 출발지와 도착지를 휴대폰 앱에서 입력해 호출하면 차량이 배차되고, 가장 짧은 경로로 목적지까지 가는 셔클은 2021년 4월 국내서 두 번째로 세종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전국 서비스 지역 12곳 중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셔클 차량과 플랫폼(앱) 제공 및 운영을, 세종시는 운행요원 선발과 관리를 맡고 있다.

이용 시민 만족도 ‘쑥쑥쑥’

문제도 있었다. 운행지역 확대에 따른 대기 시간 지연 문제가 대표적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현대차와 협의해 운행 차량 추가 투입과 운행 범위를 놓고 협의했다"며 “6월 28 일 10대를 증차하고 일 새롬ㆍ나성ㆍ한솔동을 포함한 2생활권 전역과 이응다리 북단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고 말했다. 6생활권(해밀동)을 제외한 강북 전역에서 셔클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이 같은 정책 결정 배경에는 이용객의 높은 만족도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당시 이용객 80% 이상이 지인 추천 의사를 밝혔지만, 올해 상반기 이용객 4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399명(95.5%)이 지인 추천 의사를 표시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셔클 서비스 확대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직결되는 문제지만, 셔클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셔클, 대중교통 문제 풀까

높은 인기 비결은 복합적이다. 우선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세종시 상황이 반영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설계됐고, 60여 개의 버스 노선이 있지만 돌고 돌아 목적지로 가기 때문에 이용객들로부터 외면받았다”며 “이 틈으로 셔클이 달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승용차 수송분담률 41%인 세종시의 버스 분담률은 광역시·도 절반 이하인 7%다. 저조한 버스 역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종시는 2025년 버스 전면 무료화 정책을 선언해놓고 있다.

택시 부족 문제에서 비롯된 반사 이익 측면도 있다. 세종시는 지난 6월 26대의 택시 면허를 신규 공급해 세종 지역 택시를 438대로 늘렸지만, 택시 1대당 인구는 894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하철, 버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 인프라를 가진 서울시는 택시 1대를 131명이 이용한다.

세종 거주 7년 차의 한 공무원은 “세종시가 국내 어느 도시에도 없는 '대중교통 중심 도시'를 표방,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도 외에도 셔클 같은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 전기 공용자전거 등 다른 도시가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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