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유치 성공 이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는 6년의 준비 기간과 1,171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여느 잼버리 대회와 비교해도 예산과 시간 모두 부족해보이지 않았지만, 새만금 잼버리는 사전 점검 행사도 거치지 못한 채 개막했고 결국 폭염과 태풍 예보로 파행을 맞았다. 준비 기간의 절반을 흘려보낸 2020년에야 야영장 조성 논의가 본격화했고 예산은 그해 말에야 새로 편성된 탓이 컸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잼버리 야영장 조성에 들어간 예산(시설비)은 총사업비의 33.7%인 395억 원이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밝힌 세부 집행 내역에 따르면, 전라북도가 야영장·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대집회장 설치에 265억 원을, 조직위가 화장실·샤워장 등 숙영 편의시설과 침수 대비 쇄석 포장 등에 130억 원을 썼다. 조직위는 인건비 등 운영비로만 740억 원을 썼다는 보도에 대해 "740억 원의 대부분은 야영 및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였고, 순수 운영비는 84억 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시설비 편성 및 집행이 늦었다는 점이다. 전북도,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가 잼버리 사업비 변경을 위한 업무 협의에 돌입한 시점은 2020년 2월이었고 그해 11월에야 총사업비를 846억 원으로 늘렸다. 잼버리 유치 결정 전인 2016년 전북도가 세운 491억 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참가 인원 등이 그대로인데도 4년이 지나서야 2배 규모로 늘린 것이다.
상하수도·배수로 등 기반시설, 대집회장 조성, 사전행사(프레잼버리) 개최 계획이 모두 2020년 11월 사업 계획에 새로 편입돼 예산이 책정됐다. 2016년 사업 계획에는 시설비가 '야영장 조성' 명목으로 70억 원(14%)이 편성된 게 전부였다. 나머지 420억여 원(86%)은 운영비였다. 이듬해 대회 유치 성공 이후로도 3년 가까이 현실적인 시설 조성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더구나 새로운 사업 계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2021년으로 계획됐던 프레잼버리는 2022년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결국 취소됐다. '늪지 야영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듯이 기반시설 설치 작업도 미진했다. 이는 새만금 개발사업 지연과도 맞물린 일이다. 야영장 부지는 원래 관광레저용지로 지정돼 2020년까지 그에 걸맞은 매립 작업이 이뤄질 계획이었지만, 2019년 말까지 매립 완료율이 12.1%에 불과할 만큼 작업이 더뎠다. 그래서 당국이 임시변통으로 농경지(농생명용지)로 용도를 변경했고, 잼버리 주최 측이 상하수도 등 야영 행사에 필요한 별도 기반시설 조성에 뒤늦게 나선 것이다.
한여름 야외 행사이지만 폭염 대책도 체계적이지 않았다. 전북도는 2018년 '잼버리 유치활동 결과보고서'에 "개최지(새만금)의 8월 최고기온이 36도를 웃돈다"며 "간척지에 가장 잘 자라는 나무를 행사장 곳곳에 심어 (행사가 열리는) 2023년에는 풍성한 숲 공간이 조성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2020년 사업비를 새로 편성하며 작성한 간이타당성조사 보고서에는 "해당 부지의 염분이 높아 수목 식재가 불가능하다"고 실토했다.
예산 집행을 두고 전북도와 부안군, 여성가족부 등 주관기관 공무원들이 잼버리 준비를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출장보고서 제목에 '잼버리'가 포함된 해외 출장은 지자체 공무원이 82건, 중앙부처 공무원이 17건에 이른다. 전북도청 소속 5명은 2018년 '잼버리 성공 개최 사례를 조사한다'며 6박 8일 출장을 갔는데,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를 '관광자원 벤치마킹'을 핑계로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