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르면 8일(현지시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제한 조치는 이미 예고된 내용이지만,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일 소식통을 인용해 “7일 이와 관련한 사전 브리핑을 열고, 공식 발표는 8일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의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이 중국의 반도체, AI 등 분야에 투자하려면 내역 등을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또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 중 일부는 금지된다. 로이터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도체 장비 및 AI용 칩 등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가 투자 금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 통제 조치 발표 이후, 이를 AI 등 첨단 기술 전반으로 확대하는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투자를 정부가 직접 규제하게 되는 만큼,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발표가 미뤄졌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가 추가적인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반대했고, 최근 미중 대화 국면에서 대중 제재에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끝내 밀어붙이는 셈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지난달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신고를 의무화한 법안을 승인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상원은 앞서 미국 투자자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의 지분을 획득할 때 미국 재무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채택했다. 또 동맹국에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원 미ㆍ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대중 투자 제한 조치 시행에 앞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사전에 협의하고, 이들 국가에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상응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이) 습관적으로 기술과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권익을 확고히 보호할 것”이라며 반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행정명령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