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질 게 터지는 것인가."
요즘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이 뒤숭숭하다. 검찰이 얼마 전 사건 브로커 A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이후 A씨가 경찰 인맥을 과시하며 사건 청탁뿐만 아니라 인사 브로커 행각을 벌였다는 뒷말이 돌면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경찰 안팎에선 "A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경찰 인사 비리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보행 덱 설치업자로 알려진 A씨는 경찰 내에선 '요주의 인물'로 통했다. A씨가 경찰 고위층과 친분을 과시하며 사건 무마 청탁은 물론 경찰 간부급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4일 가상자산 투자 사기 사건으로 경찰에 입건된 피의자 B씨로부터 수사 편의 제공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A씨 등 2명 구속했다. B씨는 올해 초 광주경찰청이 수사 중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사건의 참고인으로 조사받을 당시 "A씨의 사건 청탁 및 경찰 인사 청탁 의혹 등을 제보하겠다"면서 자신에 대한 또 다른 가상화폐 투자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등에 "잘 얘기해 달라"고 뒷거래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경찰 일각에선 B씨가 A씨의 경찰 인사 청탁 발언 등이 담긴 휴대폰 녹취 파일을 검찰에 흘렸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이 A씨를 통해 경찰의 구조적인 인사 비리를 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승진하려면 A씨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건 경찰관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A씨는 십수 년 전부터 경찰 고위층을 끼고 인사 브로커 행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의 주변에선 "A씨가 총경급 이상 간부 수십 명을 관리하고 있다는 말을 자랑스레 늘어놓기도 했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상황이 이쯤 되자, 경찰 조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A씨와 함께 술을 먹고, 골프를 쳤던 경찰 간부들은 불안불안할 것"이란 얘기가 퍼지면서 A씨와 친분이 두터운 치안감과 총경, 경정급 간부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A씨의 인사 브로커 의혹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이후 전남 지역 모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 간부는 "해당 자치단체장과 친분이 있는 A씨가 수사 중이던 나를 인사 발령을 내버리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A씨가 총경 승진 후보자로부터 인사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는데, 해당 후보자가 승진에서 탈락한 이후에도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뒷소문도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남경찰청도 A씨 때문에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한두 달 전쯤 A씨가 전남경찰청 소속 총경급 간부들과 골프를 친 뒤 또 다른 총경급 간부들을 저녁 식사 자리에 불러내 함께 술자리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해당 간부들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A씨가 전남 목포에서 열린 모 건설업자의 아들 결혼식에 치안감급 간부 부부를 직접 수행하며 위세를 떨었다는 뒷소리도 나온다. 당시 이 치안감이 하반기 인사 때 전남경찰청장으로 부임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처럼 A씨의 인사 브로커 의혹과 검찰 수사가 맞물리면서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큰 홍역을 치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인사 브로커 의혹이 알려지면서 하위직 경찰관들 사이에 '간부급들이 경찰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며 "관련 의혹이 내부 반발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