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조직위원장에 장관만 셋인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잼버리

입력
2023.08.07 04:30
3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가 꼽히고 있다. 150여 개국 4만2,000여 명이 모이는 대형 국제행사를 치르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수적이었지만, 정부는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 성공 이후 5년이 넘도록 여성가족부에만 준비 작업을 내맡겼다. 올해 2월에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세했지만 준비 소홀을 신속히 만회해야 할 구심점은 파행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형성되지 않았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가부는 잼버리 주무부처로서 운영 미숙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여가부 장관은 2020년 7월 잼버리 조직위원회 출범 때부터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조직위 사무총장에는 여가부 정책기획관 출신인 최창행 국장이 임명됐다. 여가부 스스로도 당시 설명자료를 통해 "조직위는 정부와 전라북도, 스카우트연맹을 포괄하는 지휘본부(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며 대회를 총괄한다"고 밝히며 주무부처를 자처했다. 앞서 2018년 국회를 통과한 새만금세계잼버리법(특별법) 역시 조직위 설립 운영, 관련 시설 설치 및 관리를 여가부 장관 인가 권한으로 뒀다.

여가부는 2년 넘는 준비 기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대회를 1년 앞둔 지난해 9월 21일 김현숙 장관이 현장을 찾아 대회 운영 준비상황 전반을 점검한 뒤 여가부는 "기반 시설, 야영 시설 등 공사가 정상 진행 중이며 여름철 재난과 감염병 및 안전사고 대책도 계속 보완·점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그해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대회장에 폭염, 배수, 방충 우려가 크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우고 보고드리겠다.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폭염, 덩굴터널 등 피서 공간 조성 지연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운영 차질을 빚었다.

대회 개막 반년 전 단행된 조직위 보강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도 아쉽다. 정부는 올해 2월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체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를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각각 행사 안전, 한국문화 홍보·전파, 스카우트 전문성 활용의 임무를 띠고 합류한 것이다. 여가부까지 중앙부처 3개 장관이 조직위에 가세했지만 컨트롤타워 구축 없이 각자 할 일을 나눠 맡는 식으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을 초래했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조직위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이 보다 명확히 조율돼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회 유치와 예산 확보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던 전북도가 막상 행사 준비를 비롯한 본연의 '집행 업무'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는 책임론도 제기된다.

애초 잼버리 대회 준비는 개별 부처나 지자체에 맡겨 둘 일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규모 인원의 야영 행사와 영외 활동에 대한 안전 관리, 감염병 관리, 시설 점검 등 전방위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초반부터 범부처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세계잼버리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위원장, 11개 부처 장관 및 국무조정실장, 조직위원장, 전북지사 등이 위원을 맡아 관련 정책을 조정하는 정부지원위원회가 재작년 4월 구성된 만큼 지원위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대회 5개월을 앞둔 지난 3월에 열린 제2차 지원위 회의에선 △폭염·폭우 선제 대응 △폭염 대비 그늘 쉼터 및 덩굴터널 설치 조성 △모기 등 해충 대응 맞춤형 방제조치 등의 대책이 제시됐다. 한덕수 총리는 "안전한 잼버리가 되도록 모든 부처가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예견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대회 사흘째인 4일부터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후속 지원책을 지시하는 상황을 맞았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