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팔려고 뒷돈 89억 뿌린 안국약품… 청소기·노트북도 줬다

입력
2023.08.06 12:42
안국약품, 의사·약사에 현금·물품 지급
공정위 "불공정 경쟁 행위" 과징금 5억

공정거래위원회가 의사, 약사 등에게 자사 의약품을 더 사용해달라며 뒷돈 89억 원을 준 안국약품에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한다고 6일 밝혔다.

안국약품은 2011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7년 동안 의사, 약사에게 현금과 물품을 뿌렸다.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지하거나 더 늘려달라는 청탁성 금품 살포다.

안국약품은 매년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 자금을 인센티브로 둔갑시켜 영업사원에게 지급했다. 영업사원들은 이 돈을 활용해 전국 의원 의사 67명, 보건소 의사 16명에게 현금 62억 원을 몰래 줬다. 1인당 7,470만 원꼴이다.

이들은 직원 복지몰인 '안국몰'을 통해 서류세단기 등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을 배송하기도 했다. 안국약품이 직원이 구매한 것처럼 위장해 병원에 보낸 물품은 25억 원어치에 달한다. 201개 병·의원 및 약국에는 343회에 걸쳐 2억3,000만 원 상당의 다이슨 청소기, LG전자 그램 노트북 등 전자기기와 숙박비를 지원했다.

공정위는 안국약품의 리베이트 지급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품질·서비스 제고 대신 현금·물품 제공 등 꼼수를 쓴 불공정 경쟁 행위라고 봤다. 또 신약 개발, 원가 절감을 외면해 약가를 높이고, 결국 국민건강보험 건전성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적발은 보건복지부, 식약처와의 협조를 통해 이뤄졌다"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유관부처와 협력해 의약품 시장 내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지속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