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법당국이 다량의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한국인에 대해 4일 형을 집행했다. 중국에서 한국인 수감자에 대한 사형 집행이 이뤄진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이로써 2001년 이후 중국에서 사형에 처해진 한국인 마약 사범은 6명으로 늘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중국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필로폰 5㎏을 소지한 혐의로 남성 A씨에 대해 이날 사형을 집행했다. 2014년 체포된 A씨는 2019년 1심, 이듬해 2심 재판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최고인민법원은 2021년부터 A씨의 사형심사를 진행, 올해 집행 결정을 내렸다. A씨가 국내에 마약을 유통하려 했던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리 국민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측은 외교채널을 통해 사전에 우리 측에 사형 집행일을 통보해왔다"며 "우리 정부는 사형 선고 이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도적 측면에서 사형집행을 재고 또는 연기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1심 선고 이후 2년 안에 형을 집행하는데 A씨의 경우에는 4년이 걸렸다.
A씨에 앞서 중국은 2001년 1명, 2014년 4명을 포함해 그간 총 5명의 한국인 마약 사범을 사형에 처했다. 2004년에는 살인 혐의로 한국인 1명이 사형된 전례도 있다.
A씨가 보유하고 있던 필로폰 5㎏은 중국에서 '중죄'에 해당한다. 중국 형법은 1㎏ 이상의 아편이나 50g이상의 필로폰·헤로인을 밀수·판매·운수·제조할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 무기징역,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70여 명의 한국인 마약 사범이 구속돼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추가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경색된 한중관계가 한국인 수감자의 사형 집행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이번 형 집행은 절차대로 진행됐고 한중관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한국인 마약 사범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인으로부터 가방을 대신 운반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단체 여행객이 30㎏이 넘는 필로폰을 소지했다가 적발돼 모두 체포되기도 했고, 마약 조직원들로부터 거액의 사례비를 받고 필로폰 23㎏을 밀수하다 적발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마약 범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하고 있어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없길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