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고친다고 나간 '60대 치매 아버지'... 2주째 감감무소식

입력
2023.08.04 17:45
자전거도로 CCTV에 찍힌 게 마지막 모습
경찰, 대전 외곽 지역으로 수색 범위 넓혀
애타는 가족 "비슷한 사람 보면 알려 달라"

대전에서 실종된 60대 치매 환자가 2주째 발견되지 않고 있다.

4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서 실종된 치매 환자 박승원(66)씨의 행방이 14일째 묘연해,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실종 당일 오후 3시 30분 "자전거를 고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박씨는 당일 오후 6시쯤 다른 사람 휴대폰으로 "자전거 수리점이 문을 닫았다"고 가족에게 전화한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했고, 같은 날 오후 10시 서구 만년동 하상 자전거도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 박씨의 마지막 행적이다.

실종 당시 박씨는 주황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고, 흰색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박씨는 키 170㎝에 체중 78㎏의 건장한 체격이고, 걸을 때 다리를 절뚝거린다. 목에 절개 흔적이 있고, 배에 11자 수술자국이 있다. 틀니를 사용하며, 무표정일 땐 입꼬리가 내려가 있고, 아래턱이 살짝 돌출돼 있는 게 특징이다.

박씨는 충청도 말씨를 사용하고 말하는 속도는 느린 편이다. 고향은 충남 논산시 노성면이다. 윗머리는 검은색, 옆머리는 흰색이고,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을 길렀을 경우 수염 색상은 대체로 흰색이다.

박씨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은 타 들어가고 있다. 6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박씨는 이전에도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 데다, 장폐색증과 고혈압까지 앓고 있다. 박씨의 아들 A씨는 "1988년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온몸의 뼈가 안 부러진 곳이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치셨다"며 "사고 후유증으로 두 다리가 불편해졌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조금씩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최근 장폐색증 진단을 받아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의사 말에 따라 예전보다 자전거를 자주 탔고, 자전거 잔고장이 심해져 수리하러 가시다가 실종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대전 외곽 지역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 박씨를 찾고 있다. A씨는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을 보게 되면 꼭 제보해 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제보는 대전 유성경찰서 실종수사팀(042-725-6638, 010-6846-3312)으로 하면 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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