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결정을 취소하고 4대강 보를 모두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가 나온 지 보름 만에 속전속결로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절차와 과학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물관리위)는 4일 오전 열린 제9차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때 의결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공익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처리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물관리위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국가 물 관리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날 취소된 보 처리방안은 2021년에 물관리위가 의결한 것이다. 금강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을 완전 또는 일부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보들이 취·이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의 조사 결과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당시 의사결정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분석이 과학적이지 못했고, 평가단 선정이 특정 단체 추천 위주였다는 것이다.
물관리위는 감사원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배덕효 민간위원장은 "사회적 파급효과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보 해체는 과학적·합리적 분석에 근거해 신중하고 공정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과거 보 처리 방안 결정은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데 대다수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물관리위는 보 처리방안이 취소됨에 따라 관련 내용이 담긴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 변경을 환경부에 주문했다. 4대강 보를 과학적으로 활용해 가뭄·홍수·수질 문제에 대응하라는 권고도 덧붙였다.
이에 환경부는 "금강·영산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며 "4대강 보를 포함한 하천시설 전반을 연계해 과학적으로 운용하고, 충분한 기간 동안 수량·수질·수생태 등 데이터를 축적할 것"이라고 '보 존치'를 즉시 공식화했다.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이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보 처리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치사항을 통보했지만 이를 생략한 채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금강 및 영산강 두 유역 물관리위원회 심의 없이 국가물관리위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려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은 이날 물관리위 전체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 해체는 4대강 조사·평가단의 준비 과정까지 약 3년, 물관리위 의결까지 1년이 넘는 분석과 평가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며 "감사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내린 이번 결정은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