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하주차장과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기둥이 보 없이 상판을 지지하는 구조)를 적용한 민간아파트 전수조사를 다음 달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대상은 2017년 이후 준공된 188개 단지와 현재 공사 중인 105개 단지로 총 25만 가구다.
그런데 LH 91개 단지 조사가 석 달이 걸린 것을 고려하면,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으로는 점검마저 졸속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0곳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를 안전 진단할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을 제때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사 중인 단지는 안전점검 기관이 지정돼 있지만, 준공된 188개 단지의 경우에는 지금부터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그런데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해 과연 시공사 입김이 배제된 객관적 업체가 선정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이번 ‘순살 아파트’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시공사와 유착된 부실 감리 문제였는데, 그로 인한 부실시공을 밝히는 안전점검마저 유사한 절차로 진행하려는 것이다.
안전진단 이후 대책도 막막하다. 국토교통부는 “철근 누락 등이 발견된 단지는 시공사가 연말까지 보수·보강하고, 건설 과정에서 법령위반 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자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근 누락 아파트 입주 예정자에 대한 대책으로 당정이 검토하고 있는 ‘재당첨 제한 없는 계약해지권’ 부여 등은 LH 아파트 입주자에게만 해당된다. 민간 아파트는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를 통해 피해 보상을 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정위 분쟁 평균 처리 기간이 290일에 달하는 만큼 사실상 제때 적절한 보상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순살 아파트’를 둘러싼 복잡한 이권과 비리를 근절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주민 안전이 우선인 해결책이 졸속에 그친다면 주거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민간 아파트안전조사는 시한에 쫓김이 없이 철저히 부실과 위험을 파헤치고, 대책도 꼼꼼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