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 성남 서현역 일대에서 20대 남성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쇼핑몰로 들어가 사람들을 흉기로 찔렀다. 13명이 부상을 입고 2명은 뇌사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중태다. 4일엔 대전의 한 고교에서 교사가 20대 남성이 휘두른 칼에 찔렸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인근에서도 흉기를 들고 다니던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2주 전 서울 신림동에서 ‘묻지마 칼부림’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한 후, 전대미문의 ‘칼부림 유행’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비슷한 살인 예고글만 온라인에서 하루 새 15건이 올라왔다고 한다. 치안 대책 등이 발표되고 있으나 국민들은 공포감을 떨치기 어렵다.
경찰은 흉기소지 의심자와 이상 행동자에 대해 검문검색 실시,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치안과 형사적인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무작위로 발생하는 범죄를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는 치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포가 확산되는 것도 경찰력만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각계 행정기관과 민간기관들도 힘을 합치는 비상대책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현상’뿐 아니라 ‘원인’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잇단 칼부림 사건은 사회 곳곳의 건강이 심각하게 무너졌음을 반영한다. 신림동 사건 용의자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분노형 범죄였다. 서현역 사건의 용의자는 피해망상을 보였고, ‘분열적 성격 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교사 습격 사건은 면식범에 의한 원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자독식의 사회시스템,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 패자들이 배제되는 교육환경 등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기후위기로 기온이 높아지면, 사회 소요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들도 눈에 띈다. 정신건강을 체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도 필수적이다. 우선 여러 사건의 개별적,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우리 사회 어느 부분이 병들어 있는지 정확한 진단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