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묻지마 난동' 14명 부상, 1명 심정지… 남녀노소 안 가리고 마구 찔렀다

입력
2023.08.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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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인도 돌진 후 백화점 들어가 흉기 휘둘러
피의자 20대 배달원, 마약 간이 검사는 '음성'

경기 성남 도심 한복판에서 20대 남성이 시민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하고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차에 치인 60대 여성은 현재 심정지 상태고, 흉기에 찔린 20대 여성은 수술을 받고 있다. 중상자가 많아 앞으로 피해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노린 이른바 ‘묻지마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현장에서 체포한 피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무차별 범죄에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3일 오후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난동을 벌인 피의자 최모(23)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9분쯤 서현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차량으로 행인을 친 다음, AK플라자 1ㆍ2층에서 흉기를 휘두른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당시 119에도 “남자가 사람을 찌르고 다닌다”는 내용의 신고들이 잇따라 접수됐다. 칼부림에 앞서 최씨는 경차를 몰고 서현역 앞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의 충격으로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차에서 내린 뒤 서현역과 연결된 AK플라자 백화점으로 들어가 1층과 2층을 오가며 행인 다수를 무차별로 찔렀다.

차량 충격으로 다친 사람은 5명 그리고 최씨가 휘두른 흉기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9명이다.

차에 치인 5명 중 4명은 중상이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1명은 비교적 경미한 상처라 현장에서 처치를 받았다. 중상자 가운데 60대 여성은 차량 돌진 시 충격으로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치료 중이나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범행 상대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흉기 피해자 9명엔 남성과 여성이 고루 섞여 있고, 연령대도 20~70대로 다양하다. 이 중 20대 여성은 현재 수술 중이다. 피해자들은 옆구리와 복부, 등 부위에 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얼마 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차이점이기도 하다. 지난달 21일 피의자 조선(33)은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20대 남성 1명을 10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뒤이어 30대 남성 3명을 흉기로 다치게 했다. 신림동 사건은 범행 표적이 20~30대 남성에게 한정돼 있었는데, 분당 사건 피의자 최씨는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나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최씨는 배달업 종사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그러나 보다 정밀한 감정을 위해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씨가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정신병력 등도 함께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씨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최씨가 경찰에 붙잡힌 뒤 일각에선 흉기 난동 용의자가 2명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경찰은 남성 1명이라고 확인했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