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여한 외국 스카우트들이 온열질환과 열악한 환경 탓에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한 외국대사관에는 본국 거주 학부모의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35도를 넘는 폭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주최 측의 미숙한 준비와 운영 탓에, 각국 정부는 자국민 안전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영국 외무부는 잼버리 대회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고 참가자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안전 관련 긴급 상황이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했다. 영국 외무부 관계자는 "주한 영국대사관 영사 직원들을 잼버리 현장에 상주시켜 상황을 계속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유럽 참가국은 한국 정부에 잼버리 운영에 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대회 현장 밖에 대체 수용 시설을 찾는 국가도 있다. 그리스 대사관 관계자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잘 수 있는 공간도 마땅치 않다는 내용의 학부모 항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외교부와 긴밀히 접촉해 스카우트들을 수용할 시설 및 여건을 개선할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일랜드 대사관 또한 "안전 관련해 아일랜드 스카우트팀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본국 스카우트들의 숙식 지원에 나선 사례도 있다. 주한미군은 1일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미국 스카우트 700여 명을 위해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 내에 임시 숙소를 제공했다. 폭염, 화장실 위생, 배수시설 미비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스카우트팀이 새만금 도착일을 예정보다 하루 더 미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간이침대와 전투식량을 미국 스카우트들에게 제공했다.
세계스카우트 연맹도 대응에 나섰다. 대회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에 따르면, 연맹은 이날 참가자들에게 "의료, 청소 인력 추가 배치 등 후속 조치를 지켜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주최 측과 함께하겠다"며 "종합 통제실에 상주해 조직 운영을 관리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새만금 대회 현장의 열악한 준비를 직접 경험한 각국 스카우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체코에서 온 19세 참가자는 "600명이 화장실 8개와 샤워실 12개를 쓰는데, 수세식 화장실도 없다"며 "주최 측이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스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미국에 사는 학부모 이모(50)씨는 "어제 아이가 폭염에 쓰러졌는데 응급차가 오기까지 45분이 걸렸다고 한다"고 분노했다.
식사도 문제다. 한 체코 출신 잼버리 프로그램 자원봉사자는 5일간 제공된 음식이 굉장히 부실했다고 털어놨다. 밥과 두부만 나온 식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날도 더운데 비건식으로 제공된 점심 열량이 250칼로리밖에 안 됐고, 염분과 영양소도 너무 부족하다"고 한숨 쉬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진짜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는 반응도 올라왔다.
참가자들의 고충에 대해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참가자들이 멀리서 온 데다 적응이 안 돼 다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며 "K팝 행사로 (참가자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 총장의 설명을 들은 한 참가자는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고, 주최 측이 우리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