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성년자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외국인 투자 확대, 민간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며 공언한 '규제 완화' 방침에 역행하는 행보다. 중국 정보통신(IT) 업계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전날 연령대별로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을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성년자의 모바일·인터넷 사용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8세 미만은 40분 이하 △ 8∼15세는 1시간 이하 △16, 17세는 2시간 이하로 각각 스마트 기기 이용 시간이 제한된다. 또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는 모든 미성년자가 스마트 기기를 쓸 수 없다. 허용 범위 안에서 사용하더라도 30분마다 일단 중단한 뒤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는 팝업 메시지가 뜨도록 했다.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의 의무 규정도 생겼다.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은 물론, 애플 등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도 CAC가 제시하는 '미성년자 모드' 기능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 다만 긴급 통화, 비대면 교육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계산기 등에 대해선 사용 제한을 두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의 특정 앱 사용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도록 했다. CAC는 다음 달 2일까지 각계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는 요식 행위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AC 초안 내용 대부분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 내 IT 업체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10대들의 모바일·인터넷 사용 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해당 기업들의 광고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정책이 엄격히 시행될 경우, 게임·웹툰·블로그 서비스 기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인터넷 이용자 10억6,700만 명 중 18.7%가 19세 미만 미성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계획 발표 직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주가가 4~5% 급락한 사실도 IT 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스마트 기기 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CNBC방송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미성년자 모드' 설치가 애플 같은 스마트 기기 제조업자의 책임인지, OS(운영 체제) 기업의 책임인지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경기 불황에 빠져 있는 중국이 자꾸만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지난달 민영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목표로 삼은 '민간경제 성장 촉진 방침'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외국기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도 잇따라 개최했다. 투자와 내수 회복의 열쇠를 쥔 민간 영역 경제와 외국인 투자자 독려를 위해 경기 반등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베이징의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사실상 새로운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이라며 "중국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대내외 인식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