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로 긴장이 고조되는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1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자국민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군부가 친서방 성향인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6일 만이고, 니제르 국민 수천 명이 프랑스대사관을 습격해 불을 지르는 시위가 벌어진 지 이틀 만이다.
로이터통신은 2일 니제르에서 철수한 유럽인 300여 명을 태운 첫 번째 군용기가 이날 새벽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가족과 함께 니제르를 떠난 프랑스 여성은 “전쟁영화에나 어울리는 장면”이라며 “우리가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신속한 철수를 위해 신분증, 물, 음식 등 최소한의 짐만 싸라고 자국민들에게 주문했다. 프랑스인이 도망치듯 니제르를 떠냐야 했던 건 왜일까.
반(反)프랑스 시위에 참가한 니제르 사업가는 영국 BBC방송에 “프랑스는 식민지배 시절부터 우라늄, 석유, 금과 같은 자원을 착취했다”며 “니제르인들은 프랑스의 약탈 때문에 하루 세끼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니제르는 1960년 독립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수탈은 계속됐다. 니제르는 우라늄 생산량 세계 7위의 자원 대국이다. 국제 인권보도매체 ‘더뉴휴머니타리안’은 “광물 자원이 공정하게 채굴되지 않아 니제르가 발전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자원으로부터 얻는 이익이 프랑스로 넘어가거나 니제르 소수 특권층에만 돌아갔다는 것이다.
니제르의 우라늄 채굴장인 '소마이어'는 프랑스 국영 원자력발전 기업 오라노가 63.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니제르 정부의 지분은 36.6%에 불과하다. BBC는 “인구 2,440만 명의 니제르는 5명 중 2명이 하루 2.15달러(2,800원) 미만으로 생활할 정도로 극심한 빈곤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이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 등을 이유로 니제르에 파병한 진짜 속내도 자원 이권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국가들은 군대 철수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니제르 인접국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에도 반프랑스 정서가 상당하다. 프랑스가 이슬람세력 소탕에 실패했다는 원망이 영향을 미쳤다. 2013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은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척결 명분으로 서아프리카에 수천 명의 병력을 배치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8년간 지속했던 대테러 작전 ‘바르칸’을 끝내고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서 철군했다.
BBC는 “서아프리카에 상당수 프랑스군이 주둔했지만 지하디스트 진압에 실패하면서 반프랑스 정서가 지역 전체에 고조됐다”고 분석했다.
바줌 대통령이 재임 시절 반프랑스 정서를 과도하게 억누른 것이 쿠데타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그는 프랑스군 주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데도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철군한 프랑스군을 니제르에 재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결정이 지하디스트를 자극할 것을 우려한 시민들은 반프랑스 시위를 벌였지만, 정부는 시위 주도자를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9개월간 수감시키는 등 강경 진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줌 대통령은 프랑스군 주둔을 늘리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대한 국내 비판을 경시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