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라후프 돌리고 춤추는 거제씨월드 고래류, 이대로 괜찮은가요

입력
2023.08.03 09:00
계속되는 거제씨월드 돌고래 체험과 쇼 
전문가들 "야생에서는 볼 수 없는 행동들"


#1. 경남 거제시 일운면 돌고래 체험시설 거제씨월드 돌고래쇼장. 큰돌고래 두 마리가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음악에 맞춰 훌라후프를 돌리고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춤을 췄다. 조련사가 간지럽히는 시늉을 하자 지느러미를 파닥거렸다. 조련사들이 "돌고래가 노래한다"고 소개하자 돌고래들은 숨구멍인 분기공을 이용해 "휘이 휘이" 소리를 냈다. 이후 돌고래들이 입을 벌린 채 수영을 하고, 수면 위로 올라와 포즈를 취하는 '랜딩' 동작이 이어졌다. 돌고래들의 고공 점프를 끝으로 20여 분의 공연이 끝났다. 실내에서 이뤄지는 벨루가 수중 공연에서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벨루가가 분기공을 통해 공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연출됐다. 또 벨루가의 입을 벌리게 한 채 이동시키는가 하면 "물고기 많이 먹을 거예요?"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2. 거제씨월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사람이 벨루가에게 물을 뿌리자 벨루가가 사람을 향해 입으로 물을 뿌리거나, 음악에 맞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등의 영상이 대거 올라와 있다. 또 수컷 벨루가가 여성 관람객에게는 뽀뽀를 해주지만 남성 관람객에게는 뽀뽀를 해주지 않는다는 설정의 영상도 있다. 영상 제목과 자막은 '물싸움에 진심인 벨루가', '돌고래와 물싸움한 썰 푼다', 등으로 의인화한 경우가 많다.

거제씨월드 돌고래쇼장과 유튜브 영상에서 볼 수 있는 고래류의 이 같은 모습은 야생에서는 벨루가나 큰돌고래가 하지 않는 행동으로, 모두 사람이 훈련시킨 결과다. 이영란 비영리 해양보전 단체 플랜오션 대표(해양동물 수의사)는 "고래류에게 춤을 추게 하고 입을 벌리고 이동하게 하는 행동이 신체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연구가 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거제씨월드에서 고래류가 보여주는 행동은 먹이를 통한 반복된 훈련으로 학습된 것"이라며 "고래류 복지를 저해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오락행위로 반생태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동물원 역할 중 하나인 교육의 기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교육 내용이 적절하다고 해서 고래류 사육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거제씨월드의 공연 내용은 기본적 생태적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동물원수족관법에도 수족관의 정의는 '해양생물 또는 담수생물 등을 보전∙증식하거나 그 생태∙습성을 조사∙연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전시∙교육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로 돼 있다"며 "고래류에게는 긍정강화 훈련, 행동풍부화를 제공하고, 생태설명회에도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제씨월드에서는 최근 큰돌고래 '에이프릴'이 사망한 데 이어 큰돌고래 '마크'의 출산으로 모녀 돌고래가 따로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해양수산부가 지난 6월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실시한 '고래류 전시∙사육 수족관 관계기관 합동점검' 결과, 거제씨월드의 경우 올라타기 폐지 등 체험행사를 최소화하는 등 동물복지를 위한 여건이 일부 개선됐지만 △휴관일 등 안정적인 휴식 보장 △암수 분리를 위한 공간 재배치 △종별 특성을 고려한 적정 수온 제공·유지 △건강상태 악화 개체 보호방안 마련 △퍼시픽리솜 이송 개체(태지와 아랑이) 인허가 이행 △질병·안전관리 계획,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등 운영·관리계획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개정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면서 과도한 체험이나 수족관 내 번식은 금지될 예정이라 거제씨월드의 이 같은 운영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거제씨월드 측은 "대니(태지를 개명한 이름)와 아랑이는 잘 지내고 있다"며 "앞으로 개정될 법에 맞춰 체험과 공연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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