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가 전·현 정권 간 ‘네 탓 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 등을 겨냥한 진상조사팀을 꾸려 문재인 정부를 타깃으로 삼자 더불어민주당이 맞대응하면서 정쟁에 들어간 모습이다. 여야가 건설업계의 고질적 부패구조를 청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라는 지금 국민 안전을 놓고 벌이는 정치 공방은 무책임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입주민 거주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오류, 부실시공, 부실감리가 이뤄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국민의힘은 “총체적 부실이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났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고 임대주택으로 내몰더니 그마저도 엉터리 부실”이란 논평을 내고 야당에 포문을 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어제 “지난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물론 대통령실 정책 결정자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감사원 감사·국정조사까지 들고나왔다.
민주당은 여당 공격이 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를 못하게 하려는 '물타기'라며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철근 누락 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13개는 윤석열 정부 때 준공완료됐거나 부실시공됐다는 것이다. 부패구조의 원인도 오히려 현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폐지’와 ‘카르텔 청산’ 구호에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 대다수의 주거형태인 아파트 시설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국민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건설업 전반의 부패 카르텔을 청산하는 작업일 것이다. 그래서 안전한 주택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특히 정부 여당은 국민생명·안전 보호는 국가의 최고 임무이자 존재 이유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야당도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순살아파트 국정조사’를 수용해 부패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문제의 아파트가 어느 정부에서 지어지고 완공됐는지를 놓고 서로 정권 탓만 하고 있다면 그런 의지가 없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