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미 연대 강화와 한반도 접근 방식

입력
2023.08.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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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시아를 포함한 대외 전략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존재와 영향력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중국의 반미주의는 어제오늘 조성된 것이 아니지만 지난 5년 동안 더욱 맹렬하고 노골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 '미국의 패권과 그 위험'에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분쟁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북한이 아니라 미국을 가장 큰 골칫거리로 보는 관점에서도 나타난다. 지난달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주유엔 중국 대사는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우리는 특정 국가가 한반도에서 군사 활동을 수행하며 반복된 전략 무기 전개와 군사적 압박을 고조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러시아를 두둔할 때 사용했던 표현인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강조하며 대러 제재만큼이나 대북 제재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2023년 2월 발표된 중국의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全球安全倡议) 개념 문건'은 서방 특히 미국 주도 국제 질서에 대항하는 대안적 안보 질서를 천명하고 있다. 단순히 안보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역내에서 미국 주도 동맹 체제와 경쟁하고 포스트-동맹 역내 질서를 촉진하려는 야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약한 군사력(예 해군력)과 미국의 동맹이 아시아 안보체제에서 갖는 근본적 역할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및 기술 파트너십을 포함하여 중국이 역내에서 맺고 있는 다양한 교류관계는 미국의 역내 영향력의 경계를 흐트러트린다. 한일 등 미국과 강력한 안보 관계를 맺고 있는 대부분 국가는 중국과 상당한 경제 및 기술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역내 국가들이 미국과 안보 관계를 강화할 때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일 관계 개선 노력 및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채택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야 정당 간 외교 정책 접근방식의 차이를 고려할 때, 중국도 최근의 정권 교체를 통해 한일 화해 노력 및 대중(對中) 정책이 변화할 것은 예상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및 국제 정세가 바뀌고 중국 내 극렬한 반미, 반서방 기조가 득세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더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 또는 기술 제재를 부과하거나 동시에 가할 수도 있다. 2017년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를 포함하여 다양한 국가와 여러 방식으로 제재 정책을 시행하고 그 효과를 시험했다. 2020년 5월부터 호주와 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은 대중 교역 비중이 큰 12개 호주산 품목 수입을 금지하여 연간 약 134억 달러 상당의 수입을 줄였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제한 등 반도체 분야에서 취한 조치는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주요 전략 부문과 소재에 대한 영향력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단기적 보복 리스크를 넘어, 중국과 관련하여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대하고 장기적인 전략적 문제는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은 북한보다 중국에 훨씬 더 불편한 파트너로 인식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위험은 중국의 반미 기조가 강해질수록 높아진다. 한국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거나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할 의지가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국은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여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북한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외교적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본 글은 한국국제정치학회의 'Korea On Point' 프로젝트와 공동 기획되었습니다.


알리스 에크만 (Alice Ekman) 유럽연합안보연구원 아시아지역 수석분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