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노동 현장과 전문가 집단에서는 '반값 노동으로 평가절하된 내국인 가사·돌봄 직종 처우 개선부터 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 조건이 종사자가 줄어드는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인력 시범사업'을 공식화하면서, 외국 인력 도입이 필요한 핵심적 이유로 줄곧 하락세인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 수(2019년 15만 명→2022년 11만 명)를 들었다. 국내 종사자의 고령화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
그러나 같은 날 열린 공청회에서는 "국내 가사노동자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일할 사람도 는다"(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외국 인력 도입이 중장년 여성 일자리를 빼앗고, 돌봄 질 저하로도 이어질까 걱정된다"(워킹맘 김고은씨)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고용부도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고 "내국인 가사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가사근로자법상 인증기관 제도 활성화 등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가사·돌봄 직종은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돌봄 일자리 특성과 임금수준에 관한 국제비교 연구'(2022)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돌봄직은 다른 나라(일본·프랑스 등 7개국)보다 비정규직도 많고, 임금 수준도 낮았다. 비정규직 비율은 72.1%로 8개국 전체 평균(29.2%)의 2.5배였다. 시간당 임금 역시 한국의 영유아 돌봄직은 비(非)돌봄 직종에 비해 46.2% 낮아, 8개국 중 임금 격차가 가장 심했다. 그다음이 일본(-21.2%) 영국(-18.2%) 등이고, 덴마크(-9.1%) 네덜란드(-8.4%)는 격차가 적었다. 한국만 '반값 돌봄'인 셈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사·돌봄 인력이 부족한 것은 애초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가사근로자법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향후 5년 정도는 일자리 개선에 노력하고, 그래도 인력 유입이 없다면 외국 인력 도입을 고민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도입하면 '바닥으로의 경쟁', 전반적인 돌봄 노동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부는 2일 현장 종사자와 대국민 조사를 통해 가사근로자의 새 명칭으로 '가사관리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줌마' '이모님'이라는 호칭 대신 직업 전문성을 존중하자는 취지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도 "가사근로자를 고용하는 정부 인증기관이 더 확대돼서 일하다 다쳐도 산재요양 받고, 퇴직금도 받는 등 근로자로서 권리가 확보돼야 일하려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