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1,911명, 사망자도 13명이나 발생했다. 지난 5~7월 폭염 일수(5.2일)는 다른 해에 비해 길지 않았지만, 장마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살인적인 폭염이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극한 폭염은 우리나라에서 일상이 되겠다. 최악의 경우 이번 세기말엔 1년의 4분의 1가량이 ‘온열질환 위험일’이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열스트레스 미래전망 분석결과’를 2일 공개했다.
기상청은 동아시아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SSP)를 기반으로 열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했다. 열스트레스 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노동자, 군인 등 야외작업자의 건강을 파악할 때 사용한다.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가 높을수록 지수가 높아진다. 이 지수가 30도 이상일 때 온열질환자가 급격히 늘고, 32도 이상 구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열스트레스 지수는 현재(1979~2014년) 28.1도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최악인 SSP5-8.5를 적용할 경우 이번 세기 후반(2081~2100년) 열스트레스 지수는 35.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SSP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고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며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을 확대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극한 열스트레스가 발생하는 날도 크게 늘어난다. 극한 열스트레스는 전국의 10% 이상 지역에서 열스트레스 지수가 '상위 5% 기준값'(현재 32.8도)을 넘는 날을 뜻한다. 현재 극한 열스트레스 발생일은 연간 7.6일이며 최대 지속기간은 3.5일이다. 그런데 SSP5 시나리오에서는 발생일이 나흘에 하루꼴인 94.2일로 늘어난다. 지속기간 또한 77.6일로 두 달이 훌쩍 넘는다.
지금부터라도 친환경적 경제성장을 추구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면 어떨까.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한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세기말 열스트레스 상승은 31.2도에 그친다. 열스트레스 발생일은 48.8일, 지속일은 27.5일로 최악 시나리오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기후변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돼 열스트레스 증가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동아시아 전 지역으로 보면 세기말 극한 열스트레스 일은 최대 103.8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는 6개 권역 중 중국 북동부 다음으로 지수가 가장 많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습도 영향을 많이 받는 내륙과 해안 지역이 더욱 취약하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구온난화로 고온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면서 "극한기후에서 안전·건강 관련한 다양한 분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