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이랑 구리를 섞으면 되는데 왜 우리 행성을 침공한 거야?"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족이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 행성을 침공한 지구인에게 억울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이 영상은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SF영화 '아바타'의 일부를 각색해 만든 '밈(meme·인터넷 유행콘텐츠)'이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세계 최초로 납과 구리 등을 사용해 상온·상압에서 가능한 초전도체(LK-99)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물질이 실현되면 상온에서도 전기 저항이 0이 되어 내부 자기장만으로 공중 부양이 가능해진다. 기존 기술로는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온에서 초전도체가 구현되면 전기 저항 없이 무손실 송전이 가능해지고,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핵융합 발전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고, 로봇공학 발전으로 난치병이나 장애 등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전도체 개발 기대에 온라인상에서는 초전도체를 소재로 한 각종 밈들이 화제다. 초전도체 상용화로 자기부상열차가 다니고, 건물들이 공중에 떠 있는 서울 조감도도 등장했다. 조감도를 보면 서울 강남 압구정 로데오거리에는 초고층 건물들이 다양한 형태로 공중으로 떠오른다. 한강 세빛섬 등도 초전도체로 강한 자기장이 생성되면서 공중에 떠다닌다.
초전도체 개발로 한국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밈도 쏟아졌다. 세계적인 부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첨단 도시가 된 서울을 찾아 "저는 사막에서 조그맣게 기름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초전도체 기술을 구하기 위해 한국 기업인들 앞에서 면접을 보는 밈도 등장했다.
이밖에 "초전도체 개발 이후 주요 7개국(G7)은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으로 재편된다" "한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만장일치 선임된다"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가 될 것" 등의 반응이 많은 공감을 사고 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등 다수의 연구진들이 2008년 창업한 고려대 내 벤처 출신이라는 점도 밈 소재가 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하버드보다 고려대" "연세대는 빵공장, 서울대는 관악잡대" 등 초전도체 개발로 대학 서열이 바뀐다는 내용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는 연구진들이 고가의 장비가 아닌 수백 번의 꾸준한 실험 끝에 얻어낸 값진 노력의 결과라는 찬사를 담은 밈도 만들어졌다. 한국이 초전도체 개발로 지구 온난화 등 위기에서 세계를 구할 것이라는 밈도 눈길을 끈다.
밈을 공유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쟁 무기를 만드는 재료를 활용해 초전도체를 만들면 세계 평화가 이뤄질 것" "매일 혐오나 갈등 글만 올라와 힘들었는데, 밝고 희망찬 초전도체 밈에 기분이 좋다" "초전도체 밈을 보다 보면 힘든 현실을 잊게 된다" 등의 반응이 수두룩하다.
다만 학계에선 아직 연구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1990년대에도 고려대 화학과 최동식 명예교수 등이 비슷한 이론을 내놨지만 실제 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2020년 미국 연구진도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며 논문이 철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감이 높다. 이날 오전 퀀텀에너지연구소 홈페이지 게시판엔 "석배형 제발 진짜라고 해줘" 등 응원글이 쏟아졌다. 해당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