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더 문'을 통해 달라진 생각 [인터뷰]

입력
2023.08.03 07:27
'더 문' 설경구, 전 우주센터장 재국 역으로 열연
도경수 활약 언급 "고생 많이 했을 듯"

작품은 규모가 크든 작든 출연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더 문'도 그렇다. 자신도 모르게 SF가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했던 배우 설경구는 자신 있게 '더 문'을 자랑한다. 아내 송윤아가 "웅장하다"는 칭찬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설경구는 지난 1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더 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더 문'은 사고 때문에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가 갖고 있던 선입견

설경구는 원래 SF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선입견이지만 나도 모르게 SF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이고 외국 배우가 나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던 듯하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작품 속 이야기가 먼 훗날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단다. 그럼에도 김용화 감독을 향한 신뢰는 깊었다. 설경구는 "김용화 감독님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관객과 소통했던 감독님 중 한 명이다. (출연을) 고민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전 우주센터장으로 출연하지만 센터가 등장하는 장면보다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이 더욱 궁금했다고 밝혔다. "어설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에 비해 좋았다"는 게 설경구의 설명이다. 구현된 우주, 달 모습의 완성도가 영화 수준을 크게 높였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 또한 들려줬다.

도경수의 활약

도경수는 '더 문'을 이끄는 또 다른 주역이다. 설경구는 "달과 우주를 보고 놀랐다는 건 도경수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된 거다. 도경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제목이 '더 센터'가 아니라 '더 문'이지 않나. 거기(우주 배경 이야기)가 찌그러지면 다 깨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경수는 작품을 위해 한여름에 우주복을 입었다. 와이어를 활용한 액션까지 도전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설경구는 "한여름에 우주복을 보고 한숨 쉬었다. 영화를 보니까 '(도경수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겠다' 싶었다"고 했다. 설경구가 바라본 도경수는 덤덤하고 진중한 인물이었다.

설경구는 촬영 당시 센터 사람들이 있는 현장에는 답답한 공기가 맴돌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우주선을) 쏜 다음에는 우주인에게 맡겨야 한다. (선우가) 안타깝기만 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우주항공 관계자, 전문가들과의 시사회를 했을 때 "실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 같아서 놀랐고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감상평을 들었단다.

김희애 어머니·송윤아도 관람한 '더 문'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는 특별한 손님이 참석했다. 김희애의 어머니였다. 설경구는 "김희애씨 어머니가 도경수씨의 팬이라고 하더라. 김희애씨에게 '어머니가 감각 있으시네요' 했더니 '우리 엄마가 감각 있어요'라고 답하시더라. (김희애 어머니가) 웅장한 걸 영화로나마 경험한 게 신선하셨던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문'은 가족과 볼 수 있는 영화다. 초등학생 자녀나 부모님과 함께 가족 단위로 와도 좋을 듯하다"고 했다.

설경구의 아내인 송윤아도 '더 문'을 관람했다. 설경구는 작품을 본 아내가 "웅장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말 안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더 문'은 북미 필리핀 호주 독일 스페인 등 155개국에 선판매되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설경구는 "관객분들이 재밌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설경구의 활약을 담은 새 영화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더 문'은 지난 2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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