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심상찮은 증가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보다 '타이트'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9,755억 원 늘어난 679조2,208억 원으로 집계됐다. 5월부터 3개월 연속 우상향하며 증가폭도 계속 넓히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2개월 연속 1조 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1조4,868억 원 불어난 512조8,875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담대가 한 달 새 7조 원이나 증가한 탓에 6월 가계대출 증가폭(5조8,953억 원)은 심지어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이한 점은 대출 금리가 슬그머니 오르는데도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5대 은행의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지난달 연 4.31~4.79%로 5월(4.24~4.7%) 대비 0.1%포인트가량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를 겪은 이후 금융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금리 수준이 연 2%대에서 연 4%대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고금리 시대의 부채는 가계 소비를 옥죄어 경제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부실 대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요국 대비 과도한 수준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국제금융협회)로 조사 대상국 34개국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증가 속도나 규모 측면에서 아직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공식 입장이지만 속사정은 편치 않다. 이날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많은 위원들이 가계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고금리의 장기화(higher for longer)'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가계부채가 기준금리 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과 한은 통화정책 간 엇박자를 시사하는 언급도 나왔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규제 당국이 예전 방식대로 관리하게 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주택 관련 대출 증가는 (정부가 결정하는 주택담보인정비율, 총부채상환비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거시건전성정책(MPP)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MPP 강도를 지수화해 가계부채와의 상관관계를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